모든 약속이 먼지로 흩어지는 밤

Where All Promise Turns to Dust

by Gildong

창가에 맺힌 빗방울이 무거운 현악기 선율을 닮아 길게 흘러내리는 저녁입니다.


손가락을 떠난 반지가 바닥에 닿기도 전에 마른 먼지가 되어 흩날리는 풍경을 봅니다. 세상을 다 덮을 듯 견고했던 약속들은 사실 얼마나 가벼운 숨결이었는지. 비릿한 녹이 슬어가는 금속의 잔해만이 그 허망한 무게를 증언할 뿐입니다.


어둠 속에서 우리는 조용히 마음의 빗장을 겁니다. 세계가 무너지는 소란 속에서도 내면은 숨이 막힐 듯 고요합니다. 지켜지지 못한 약속은 소멸하지 않고, 도리어 영원이라는 흉터가 되어 박힙니다.


슬픔은 무너지는 행위가 아닙니다. 부서진 파편을 주워 올려 다시는 흔들리지 않을 지층을 다지는 처절한 건축의 시간입니다. 미련의 사슬이 끊어지고 빛이 희미해지는 그 찰나, 우리는 자신을 옭아매던 무거운 껍질을 벗어던집니다. 이 기록은 찬란한 몰락의 흔적이자, 폐허 위에서 홀로 서 있을 당신에게 건네는 나지막한 악수입니다.


무너진 약속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생을 지탱하는 가장 단단한 뼈대가 되어 다시 살아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