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전쟁, 39조 달러의 청구서 (2)

그 숫자가 당신의 식탁에 도착하는 방식

by Gildong

제2장. 벼랑 끝의 도박사, 그 흔들리는 눈동자


백악관 집무실, ‘결단의 책상’ 앞에 앉은 사내의 손끝이 잘 매어진 넥타이 매듭을 자꾸만 매만집니다.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를 몸짓입니다. 정면의 대형 스크린에는 중동의 화염 대신, 핏빛보다 선명한 아래 화살표가 박힌 지지율 곡선이 떠 있습니다.


사내의 눈동자가 아주 미세하게 흔들립니다.


세상은 그를 거침없는 승부사이자 노련한 거래자로 부르지만, 지금 이 방에 남겨진 것은 제국을 호령하는 통치자가 아닙니다. 11월이라는 이름의 단두대 앞에 선, 모든 것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짓눌린 한 명의 인간뿐입니다.


이란 전쟁은 그에게 승리해야 할 성전이 아닙니다. 그것은 닥쳐올 정치적 파산을 막기 위해 내던진 주사위입니다. 유가 폭등과 주가 폭락은 그에게 ‘정치적 몰락’이라는 피할 수 없는 성적표로 다가옵니다. 가만히 앉아 말라 죽느니, 차라리 판을 통째로 흔들어버리는 선택이 그에겐 더 합리적인 투자로 느껴지는 것입니다. 지상군 투입이라는 파멸적 시나리오가 백악관 복도를 떠도는 이유는 군사적 필요성 때문이 아닙니다. 그것은 밑천을 잃기 직전의 도박사가 지르는 마지막 비명에 가깝습니다.


때로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는 것은 이념과 전략이 아니라, 시스템이 한 개인의 목을 죄어올 때 터져 나오는 비겁한 생존 본능입니다.


그가 마주한 구조는 잔혹합니다. 39조 달러의 부채는 이미 제국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고, 11월 중간선거에서 패배하는 순간 기다리는 것은 탄핵이라는 단두대입니다. 이 양벽 사이에 낀 통치자에게 평화로운 타협은 소리 없는 죽음과 다르지 않습니다. 흔들리는 눈동자는 이란의 군사력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이 쌓아 올린 황금빛 성채가 모래성처럼 허물어지는 환청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결단의 책상은 이제 도박판의 테이블로 변모했습니다. 사내는 이란을 굴복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압박하는 ‘시간’과 거래하고 있습니다. 4월의 종전 협상은 제국의 승리를 선언하는 자리가 아니라, 도박사가 밑천을 다 잃기 전 서둘러 판을 접으려 내미는 굴욕적인 손길이 될 것입니다.


전쟁터에서 쏘아 올리는 미사일의 불꽃은 화려하지만, 그 뒤에 숨은 설계자의 눈동자는 그 어느 때보다 차갑고 공허합니다. 이 도박에서 이겨도 자신에게 돌아올 것은 승전보가 아니라, 더 이상 감출 수 없는 제국의 거대한 균열뿐이라는 사실을, 그는 이제 직감적으로 압니다.


백악관 집무실의 스크린 위로, 빨간 지지율 곡선이 다시 한번 아래로 곤두박질칩니다. 사내의 시선이 그 빨간 선에 고정됩니다. 그는 다시 한번 손을 올려 넥타이 매듭을 고쳐 잡습니다.


그의 손은 아직 떨림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호르무즈 전쟁, 39조 달러의 청구서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