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전쟁, 39조 달러의 청구서 (9)

그 숫자가 당신의 식탁에 도착하는 방식

by Gildong

제9장. 마지막 한 발의 총성은 누구를 겨누는가


자욱한 포연이 걷힌 자리, 흙탕물 속에 떨어진 탄피 하나가 빠르게 식어갑니다. 뜨거웠던 금속의 온기가 사라지는 속도는 우리가 정의라 믿었던 명분들이 식어가는 속도와 기이하게 닮아 있습니다. 전선에는 비현실적인 정적이 흐르고, 병사들은 승전보 대신 자신이 돌아갈 집의 주소를 나지막이 읊조립니다.


누구도 승리를 선언하지 않는 전쟁의 끝자락. 마지막 한 발의 총성이 허공을 가릅니다.


우리는 전쟁의 끝에 승자와 패자가 명확히 갈릴 것이라 믿곤 합니다. 하지만 호르무즈에서 평택으로, 워싱턴에서 네옴으로 이어진 거대한 소용돌이 끝에 남겨진 것은 승리의 월계관이 아니라 각자의 손에 쥐어진 차가운 청구서뿐입니다.


제국은 전쟁을 통해 부채를 녹여내려 했으나, 찢겨진 설계도 사이로 드러난 것은 통제 불능의 숫자들과 주권이라는 이름의 장벽들뿐입니다. 39조 달러의 유령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다만 더 선명한 육체를 입고 우리 모두의 일상 속으로 파고들었을 뿐입니다. 이란의 사막은 전쟁 전보다 훨씬 길고 춥습니다. 밀실에서 그어진 선로 위로 자본은 흐르겠지만, 그 선로를 지탱하는 것은 평화가 아니라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불신이라는 이름의 화약고입니다.


평택의 공장주 김 씨나 텍사스의 로버트에게 이 전쟁은 처음부터 끝까지 패배의 기록입니다. 한 명은 일터를 잃었고, 한 명은 일상의 안온함을 압류당했습니다. 거대한 장부의 숫자들이 자리를 바꾸는 동안, 개인의 삶은 그 숫자들 사이의 공백으로 추락했습니다. 마지막 총성은 승부를 가리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이 연극이 끝났음을 알리는, 허무하고도 날카로운 신호탄입니다.


포성이 멈춘 자리에는 다시 차가운 계산기 두드리는 소리만이 남았습니다. 제국은 다시 새로운 장부를 펼칠 것이고, 사람들은 서랍 속의 빨간 숫자를 꺼내 들 것입니다. 탄피는 이제 완전히 식어 흙 속에 묻혔습니다. 사람들은 다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지만, 그들의 눈에 비친 세상은 이전과 결코 같을 수 없습니다.


포성은 멈췄으나, 청구서를 나눠 든 자들의 긴 줄은 어둠 속으로 끝없이 밀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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