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숫자가 당신의 식탁에 도착하는 방식
포연이 걷힌 자리, 아무도 말을 하지 않습니다.
흙 속에 반쯤 묻힌 탄피 하나가 완전히 식어 있습니다. 그 옆을 사람들이 지납니다. 누군가는 고개를 숙이고, 누군가는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아무도 그것을 줍지 않습니다.
멀리서 전화벨이 울립니다. 짧게 끊기고, 다시 울립니다. 받지 못한 호출이 화면 위에 쌓입니다.
텍사스의 거실에서는 계산기가 눌립니다. 평택의 공장에서는 먼지가 다시 내려앉습니다. 누군가는 장부를 펼치고, 누군가는 서류를 접습니다.
국경의 철문이 닫히고, 지도 위의 선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습니다. 깜빡이던 화면은 꺼져 있고, 멈춘 커서는 움직이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다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갑니다. 말없이, 각자의 숫자를 들고.
줄은 여전히 이어져 있습니다. 앞이 보이지 않는 방향으로, 조용히, 길게 늘어집니다.
해석은 주어지지 않습니다.
창밖의 빗소리가 멎었습니다. 모니터의 푸른 인광만이 텅 빈 방 안을 비추고, 방금 전 마침표를 찍은 커서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듯 무심하게 깜빡입니다.
식어버린 커피잔 바닥에 짙은 침전물이 남았습니다. 지도를 따라 숨 가쁘게 달려온 시선이 이제야 멈춥니다. 열 편의 기록을 써 내려가는 동안 제 책상 위에는 호르무즈의 연기와 평택의 먼지, 그리고 정체 모를 숫자들이 층층이 쌓였습니다.
거대한 설계도를 추적해왔다고 믿었으나, 결국 손바닥에 남은 것은 누군가의 가쁜 숨소리와 마른 먼지의 질감이었습니다. 39조 달러라는 숫자는 거창한 파멸의 소리를 내며 오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젖은 눈처럼 소리 없이 내려앉아,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고지서와 지갑 속 지폐를 눅눅하게 적시고 있었습니다.
노트북을 닫습니다.
방 안에는 짧은 정적이 찾아오고, 비로소 창밖의 소음이 들리기 시작합니다. 멀리서 차가 지나가는 소리, 늦은 밤을 가로지르는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
지도는 찢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