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하지 않을 권리.
제목만 보고 선택한 영화, 최익환 감독님의 [나를 죽여줘]
2014년 개봉한 [나를 찾아줘]와 비슷한 결의 영화일까? 란 궁금증에 대여하였다.
무슨 영화인지 사전정보가 없는 채로 관람을 하였기에
감독님이 의도한 충격을 고스란히 받은 것 같아,
영화관람 당일이 아닌, 영화관람 다음날이 되어서야
일기에 적어본다.
몇 년 전... 세월호를 조명한 [그날, 바다]를 보고,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은 채 살아왔다.
하지만, [나를 죽여줘]를 보고 나니
다큐임을 내세우지 않아도,
관객에게 같은 충격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이 영화에는 있었다.
영화는 장애인의 가족이 겪는 슬픔을
장애인의 입장에서,
혹은 가족의 입장에서 낱낱이 보여주고 있다.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이제 성인이 되는 아들을 홀로 키우는 아버지의 모습.
자신의 자위행위조차
아버지에게 의지하게 되는 아들의 모습.
하루아침에 장애인이 되어버린 자신이,
존엄을 위한 안락사 장면.
이 모든 장면은, 지구 어딘가에서는
분명히 일어나고 있을 현실이다.
그러나 그것을 카메라로 담을 수는 없기에,
영화라는 이름을 빌려, 담담하지만 더 깊이 있게 나에게 다가왔다.
이 세상 어딘가에는 사회적 편견이라는 이름하에
스스로의 행복을,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훼손당한 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리라.
[나를 죽여줘]를 보며 먼 훗날,
개개인의 행복이 추구되지 못한 2022년을
공부하는 세대가 오기를 기원해 본다.
그리하여 이 영화는,
말이 아닌 침묵으로 기억하게 되는 작품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