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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 미국식 신파. [솔로이스트]를 보고.

by 길고영

최근에 본 영화 두 편이 의외로 같은 결을 닮아 있었다. [네이든]과 [솔로이스트]. 액션이나 공포에 대한 흥미가 줄어든 요즘, 포스터만 보고 고른 작품들이었는데, 정작 펼쳐진 건 ‘미국식 신파’였다.


이 두 영화가 말하는 핵심은 “GIFT(재능)”였다. 그런데 그 의미를 곱씹다 보니 한국과 미국 사회의 차이를 발견한 것 같아 재미있다.


우리는 작은 땅에, 서로 한 다리만 건너면 아는 사회다. 새로운 곳에 가더라도 금세 그의 과거를 알 수 있다. 반면 미국은 땅이 넓어 서로의 삶이 쉽게 겹치지 않는다.


사진을 좋아해 취미로 찍었지만, 미적 감각이 높지 않다는 생각에 손을 놓은 취미. 같은 장면을 찍은 열 장의 사진이 모두 좋아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눈은 그중 단 하나의 차이를 정확히 짚어낸다. 사회에 그런 눈이 많을수록, 누군가의 Gift는 더 쉽게 드러난다.


게다가 미국은 교과목만 잘하는 학생을 ‘너드(nerd)’라 부르며 주류에서 한 발 빗겨 나게 둔다. 그만큼 예체능과 감각이 사회적으로 크게 평가되는 환경이지 않을까 한다. 그런 사회에서는 Gift가 단숨에 빛을 발한다.


영화의 마지막은 마치 감독의 독백 같았다.

"자신의 믿음에 충실한 것이 얼마나 존엄한 일인지 배웠다. 믿음을 포기하지 않는 것, 그것이 중요한 것이다."


실제 인물들의 후일담은 또한 묵직했다. 에이어스는 지금도 음악 속에 살고, 칼럼리스트 로페즈는 여전히 칼럼을 쓰며 기타를 배우고 있다.


미국식 신파는 결국 “개인의 Gift와 믿음을 어떻게 사회 속에서 지켜낼 것인가”라고 묻는 것일까? 믿음이 있기 때문에 10번 실패해도 11번 시도할 수 있는 것일까? 그리고 이 질문은 영화 속 인물들만이 아니라, 지금의 나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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