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노동자의 노트.
앞선 글에서 “동물실험은 한계가 있고, 오가노이드는 미래로 향하는 방향이다”라는 취지를 이야기했다. 하지만 현실은 조금 다르다. 오가노이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인 건 맞지만, 실제 구현은 생각보다 까다롭다.
줄기세포는 이론적으로 ‘나’를 이루는 모든 세포로 분화될 수 있다. 그러나 그 분화를 이끌어내는 조건은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다. 그래서 최신 오가노이드 논문을 읽을 때 가장 주의 깊게 보는 부분은 바로 “어떤 조건으로 분화를 유도했는가”이다. 그리고 그 결과를 검증한 방법에 한계가 없는지도 확인한다. 각 검증 방법은 그 자체로 명확한 제약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난제는 3차원 배양의 물리적 한계이다. 실제 업무 당시 ‘묵’과 비슷한 지지체(마트리겔) 위에서 줄기세포를 자라게 하였다. 세포는 지지체를 발판 삼아 3차원적으로 자라지만, 약물을 처리하면 지지체 안쪽까지 약물이 제대로 도달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되었고, 현재는 후속 업무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발전은 있었다. 2013년 유럽, 2017년 한국에서 화장품 동물실험이 금지된 이후 피부 분야에서 동물대체 연구가 활발히 진행됐다. 동물대체 연구결과 '인체 피부 모델'이 개발되어 서비스되고 있다. 다만, 피부는 신체 외부와 내부가 대칭적으로 맞닿은 조직이기 때문에 3차원이라기보다는 ‘단방향 구조’에 가깝다. 그래서 비교적 모델화가 수월했다는 점이 현재 오가노이드가 가는 길과는 다르다.
우리는 이미 [탈리도마이드],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서 동물실험의 한계를 경험했다. 사람과 100% 같은 유전정보를 지니지 않은 동물모델에는 언제나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과학은 어디로 향할까? 더 정교한 Humanized 동물모델일까, 아니면 오가노이드일까? 이 질문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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