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노동자의 노트.
배양접시 속 단일 세포를 대상으로 후보물질을 검증한다. 그중 유망한 것들은 동물실험으로, 다시 그중 일부는 임상시험으로 넘어가고, 마지막에 남은 단 한 개가 세상에 출시된다. 수치로 치면 10,000 → 100 → 10 → 1일 것이다. 왜 이토록 성공확률이 낮을까?
업무와 관련해 스페로이드(spheroid)를 다뤄본 적이 있다. 스페로이드는 암세포를 평면으로 키우지 않고, 실제처럼 뭉쳐서 자라게 하는 방식이다.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이와 관련된 서비스를 시작했다. 암세포를 평면으로 배양하면 모든 세포가 항암제의 영향을 받지만, 실제 인체 속 암은 덩어리로 자라며, 덩어리 내부와 외부 세포가 처한 환경이 다르게 된다. 표면 세포는 항암제와 영양분에 쉽게 받지만, 내부 세포는 그렇지 않다. 그 때문에 실험 결과와 실제 반응 사이에 차이가 생긴다.
이제 줄기세포 이야기를 해보자. 오늘 나를 이루는 세포와, 한 달 뒤 나를 이루는 세포는 같지 않다. 이는 수명이 다한 세포는 죽고, 줄기세포가 새로운 세포로 분열하고, 각 장기 속에서 알맞은 역할을 맡아 분화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런 발견 위에서 2,000년대 전후 부근부터 오가노이드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오가노이드는 장기(organ)에 ‘~처럼’이라는 뜻의 접미사(oid)가 붙은 말이다. 쉽게 말해 줄기세포를 이용해 실험실에서 인위적으로 만든 미니 장기라고 할 수 있다 [위키피디아]. 미국 FDA가 동물실험 축소·폐지를 선언한 지금, 오가노이드는 그 대안으로 가장 주목받는 기술이다.
2013년, 케임브리지대 연구팀이 뇌 오가노이드를 ‘네이처’에 발표하면서 이 연구는 대중의 눈길까지 끌게 된다. 이제 배양접시 속 단일 세포가 아닌, 줄기세포로부터 분화된 미니 장기를 대상으로 실험하는 시대의 초입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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