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노동자의 노트.
체조 올림픽 경기를 보면 아름다움에 점수를 매긴다. 기술의 난이도를 정하고, 성공과 실패를 가르고, 각 심사위원의 ‘아름다움의 기준’에 따라 점수를 매긴다.
독성 판정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양한 지표에 점수를 매긴다. 실험동물의 50%를 죽이는 농도(반수치사량, LD50), 체중을 10% 내외로 변화시키는 최소 농도(최대내성용량, MTD), 세포 생존율, 유전독성 등을 확인한다.
지난달, 미국의 정치인이 의약품의 위험성을 거론하며 “타이레놀은 위험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본 것은 수많은 지표 중 극히 일부일 가능성이 크다. 몇 편의 논문, 몇 가지 지표만 보고 전체를 단정한 셈이다. 이는 광고가 제품의 장점만 부각하는 방식과 닮아 있다. 다만 광고는 의도적으로 그렇게 하지만, 그는 알 수 없는 이유로 근거가 충분하지 않은 주장을 일반화했다.
과학 결과를 공유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과학 잡지에 논문을 게재하는 것이다. 그럼 과학 잡지에 투고하면 어떻게 될까? 과학 잡지에 논문을 투고하면, 먼저 편집부의 검토를 거쳐 동료 평가(peer review)를 받는다. 유사한 연구를 하는 학자들이 논문을 읽고, 결과가 합당한 지 따져보고, 필요하다면 보완점을 제안한다. 게재 여부는 결국 이 과정을 설득해 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비만치료제를 평가한다고 해보자. “체중이 줄었다”는 문장만 놓고 보면 단순하다. 그러나 과학적으로는 그 배경이 훨씬 복잡하다. 체중, 사료 섭취량, 혈당, 복부 지방, 작용메커니즘(mode of action, MOA) 등을 모두 확인한다. 그리고 연구자는 “저희 약물은 이 조건에서 이 지표들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감소했습니다”라고 쓴다.
하지만 대중이 만나는 과학은 대부분 광고나 기사다. 반짝이는 모델이 나와 “국내 최초 OO 다이어트, OO 문화가 되다”라고 외친다. 체조/과학이 여러 지표에서 점수를 매겨 결과를 판정하지만, 광고는 지표 대신 화려한 연기만 보여줄 뿐이다.
중요한 건 이거다. 논문에 실린 연구 결과는 ‘입증’이 아니다. 그것은 단지, “이 조건에서 이런 결과가 유의미하게 관찰되었습니다”라는 정보의 공유일 뿐이다. 진짜 입증은, 다른 연구실에서 동일한 실험을 반복했을 때 같은 결과가 재현될 때야 비로소 가능하다.
광고에서는 결과를 ‘확정’ 형으로 말한다. 하지만 과학에서는 언제나 ‘조건부 결과’를 말한다. 그래서 과학은 늘 열린 문장으로 끝난다. “다만,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