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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동물실험의 현주소 (과학적 검증-2)

by 길고영

연구노동자의 노트.


동물과 인간은 얼마나 닮았을까?

토끼와 쥐 중 인간과 더 가까운 동물을 고르라면 많은 이들이 토끼를 떠올리겠지만, 유전적 유사성만 놓고 보면 사실은 덜 친근한 쥐가 우리와 더 닮아 있다.


하지만 쥐는 너무 작은 생명체다. 수술적 접근이 어렵고, 음식의 소화 시간도 인간의 몇 분의 일에 불과하다. 화학 의약품의 효능평가에서 마우스는 무리 없이 사용될 수 있다. 하지만 쥐의 장은 음식이 금세 지나가버리기 때문에, 우리 몸속 미생물처럼 오래 머물며 작용하는 물질은 연구하기 어렵다.


간단한 실험은 mouse에서, 반복 채혈은 rat에서, 피부 실험은 기니피그에서 이뤄진다. 이렇게 상황마다 동물 모델을 다르게 쓰지만, 우리의 가장 큰 관심사는 결국 ‘아픈 나’를 어떻게 재현할 수 있는가에 있다.


연구노동자의 눈으로 보면, 이 허들은 여전히 넘기 어렵다. 우리는 ‘아픈 이유’를 여전히 규명하고 있으며, 그것을 동물에 대입해 신약을 시험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희귀 난치병의 원인을 밝힌 연구는 세계적인 학술지에 실리고, 큰 주목을 받는다.


비만 유효성 평가를 예를 들어 살펴보자. 흔히는 렙틴 유전자 조작 쥐, 췌장을 파괴 약물로 인슐린 분비를 줄인 쥐, 혹은 고지방 식이로 비만을 유도한 쥐를 쓴다. 하지만 과연 이 모델들이 “먹는 걸 좋아해 살이 찐 나”를 대변할 수 있을까? 생활습관을 가장 잘 반영하는 건 고지방식이 모델이지만, 모든 개체가 100% 비만으로 되지는 않다는 한계가 있다.


독성연구도 마찬가지다. [이전 글]의 탈리도마이드 사건과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다시 떠오른다. 쥐에서 독성이 없었다고 해서 사람에게도 안전할 것이라는 희망은 옅어졌고, 극미량/장기 노출 환경을 동물에서 모사하기도 어렵다는 한계가 드러났다.


그래서 최근 연구는 사람 세포에서 유래한 소화기/피부/모발의 오가노이드를 구축해 약물의 효능과 독성을 시험하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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