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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 끓기 직전의 사람들. [보일링 포인트]를 보고

by 길고영

주방에는 하루에도 열두 번 들어간다. 하지만 그것이 ‘직업’이라면 어떨까.

요리를 직업으로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는 늘 숨 막힌다. 태국 영화 [헝거]에서도 그랬다. 가물가물한 기억 속엔 숨 막힘이 남았지만,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다만 그 감정은 [흑백 요리사]로 이어졌고, 오늘은 영화 [보일링 포인트(2021)]의 재생 버튼을 눌렀다.

원테이크로 촬영된 영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서야 숨을 몰아쉬었다. 그리고 그제야 장르를 확인했다. 제일 좋아하는 스릴러였다.

‘Boiling Point’, 끓는점. 물은 그 지점에 이르기 전까지는 잠잠하지만, 한계를 넘어서는 순간 폭발하듯 끓어오른다.

영화 속 인물들도 그랬다. 헤드 셰프 앤디, 홀 매니저 베스, 부주방장 칼리, 셰프 프리먼. 크리스마스 주간의 금요일 저녁, 런던의 고급 레스토랑에서 그들은 각자의 사정으로 부딪힌다.

집에서 쫓겨난 사람, 낮은 월급에 불평하는 사람, 다른 이의 실수에 화를 내는 사람, 아는 건 없지만 일단 탓부터 하는 사람, 빌려준 돈을 빌미로 성공의 접시에 숟가락을 얹는 사람.

정형화되지 않은 것을 서비스해야 하는 주방. 분 단위로 결과물을 완성해야 하는 긴박한 현장. 난장의 현장을 따라간 시간이 너무도 빨리 끝나버렸다.

엔딩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그들의 악다구니를 보며, 집의 안락함이 안도처럼 느껴진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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