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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 [Once]를 다시 보다

끝내 전하지 않은 노래

by 길고영
캡처.JPG


대학생 시절이 그리워, 그 무렵 개봉했던 영화 [Once]를 다시 보았다.

처음 봤을 땐 내가 그녀의 나이였고, 오늘 나는 어느새 그의 나이가 되었다.


그 시절, 나는 그녀가 끝내 들려주지 않은

"If you want me, satisfy me"

라는 가사에 마음이 아려왔다.


그녀가 남편을, 그를 향해 부르던 노랫말은.

내가 남자친구에게 가졌던 감정이었다.

그래서 마음이 아려왔고, 그 노래를 듣고 또 들었던 기억이 난다.

영화를 재 관람함에도 똑같은 곳이 아려와서 조금 젊어진 것 같았다.


그녀는 그 말을 끝내 전하지 않았지만,

오늘의 나는,

그가 그 가사를 결국 ‘이뤘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는 그녀와의 음악 작업을 통해 영화 첫 장면

“나도 근근이 살고 있는 거야”라며 청소기를 고치던 남자에서,

조금씩 벗어나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녀가 대신 음악 작업실 가격을 흥정했고,

은행 대출도 그녀와 함께 가서 받았다.


하지만 그 이후엔,

그가 거리 밴드를 섭외하고,

곡을 다듬고,

녹음 직전엔 구성원들에게 곡의 방향을 설명하며

리더가 되었다.


그는 그렇게, 자신을 한 음 한 음 채워갔다.

무언가를 끝까지 완성해 본 사람만이 지닌 얼굴로.

이제 그는, 더 이상 그때 그 ‘길거리 뮤지션’이 아니었다.


나도 대학생 시절의 내가 아니고, 2025년의 내가 되었다.

거울을 쳐다본다.

내 얼굴엔 어떤 삶이 쌓였을까.

조용히 웃는다.

조금 고집스러워진 눈매,

그래도 이젠, 누구보다 나를 닮아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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