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감상문: [오직 두 사람]을 읽고

끝내 사랑에 갇힌. 사랑이 고립이 되기까지.

by 길고영


김영하 작가님의 단편선이 웹툰으로 연재된다는 소식을 듣고,

연재를 기다리며 원작을 먼저 읽어보고 싶었다.

가장 첫 번째 작품이자 아직 웹툰화되지 않은 [오직 두 사람]을 펼쳤다.


읽는 내내, 나는 한 번도 겪어본 적 없고,

주변에서도 들어본 적 없는

가족 간의 낯선 거리감을 보았다.


‘딸 바보’라는 말을 들으면, 미화된 아버지상이 떠올랐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의 아버지는 ‘바보’가 아닌, 딸을 소유하려는 사람이었다.


그의 사랑은 점점 아내를 밀어냈고,

다른 자녀들과도 점차 멀어지게 만들었다.

결국, 딸과 아버지... 오직 두 사람만 남았다.

그러나 그건 사랑이 아니라, 고립이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아들이 남편을 닮았을 때’와 ‘남동생을 닮았을 때’의 육아 태도 차이를

유머로 풀어낸 글이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김영하의 소설은 그 유머의 반대편,

즉 ‘편애’가 만들어내는 조용한 폭력을 보여줬다.


소설 속 딸 ‘현주’는 타인과의 관계를 건강하게 정립하지 못했다.

남자친구를 사귀었지만, 그는 물었다. “우리, 사귀기는 했던 거야?”

과잉된 애정은 결국 그녀를 세상과 단절시켰다.


반면, 아버지에게 외면당한 또 다른 딸 ‘현정’은

편애받지 못한 덕분에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성장했다.

유럽여행도, 관심도 받지 못했지만 그녀는 결국 교수로, 아내로, 하나의 인격으로 살아남았다.


이 작품은 사랑은 때로는 구속이고, 강박이며,

편애는 폭력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일까?


‘오직 두 사람’이란 말은 둘만이 함께 있다는 뜻이 아니라,

모두가 떠났다는 뜻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를 유독 사랑하는 순간, 다른 누군가를 조용히 밀어내고 있는 건 아닐까.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감정을 독점하고 있지는 않았을까.


그러나 그 모든 결과를 오롯이 아버지의 편애 탓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

현주 역시 자신의 인생에서 중요한 갈림길 앞에 서 있었다.

유럽여행 중, 대학생 오빠들과의 짧은 대화를 통해

아버지와의 관계 너머에 더 넓은 세상이 있음을 알게 되었지만...

그녀는 그 후, 여행 내내 누구와도 말을 섞지 않았다.

현주에게 미안하지만, 그 선택 역시 그녀를 [고립]의 길로 인도하였으리라 생각한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