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된 나의 그림일기
어렸을 때에는 오늘 하루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도,
친척집에 가서 낯선 곳에서 자는 것도,
겨울이 되어 연날리기를 하는 것도,
모두 일기장의 한 대목을 차지하며
내 평생 잊지 못할 추억거리로 남게 된다.
성인이, 직장인이 된 지금은
요즘 유행하는 음식을 먹는 것도,
새로운 여행지에 가는 것도,
여행지에 가서 액티비티 활동을 하는 것도,
일상의 단조로움을 쫓는 일일 뿐
내 인생의 한 대목을 차지하지 못한다.
몇 년 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산문집 [언어의 온도]를 펴고,
그의 인생 한 대목을 찬찬히 읽었다.
그의 한 대목 중
[말 무덤에 묻어야 하는 말을, 소중한 사람의 가슴에 묻으며 사는 건 아닌지...]
[진짜 사과는 아프다.]
등의 내 인생에서 찾아야 했던 말들을 필기해 본다.
오늘 나의 하루 하이라이트는 무엇이었나 생각해 본다.
찰리채플린의 쳇바퀴 같은 하루 속 여느 날로 기록할 것인지.
어린 시절 그림일기 속 특별한 날로 기록할 것인지.
이젠 내 몫이다.
오늘 하루, 특별한 일은 없었지만
[언어의 온도] 덕분에 내가 써 내려갈 한 대목이 생겼다.
어린 시절의 그림일기처럼, 오늘도 그렇게 기록해 본다.
어쩌면 이것도, 내 인생의 한 대목이 되어줄지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