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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본투표 참관인의 하루

한 표를 향한 마음

by 길고영

맨파워, 사람의 힘이 움직이는 풍경이었다.
인산인해를 이룬 시민들은 질서 정연히 한 표를 행사하러 모여들었다.

오늘은 6월 3일, 21대 대통령 선거 본 투표 날이다.
4일 전 사전투표 둘째 날과 분위기가 사뭇 다른 오늘이다.
사전투표날엔 신분증만 있으면
전국 어디에서든 투표할 수 있었지만,
오늘 본 투표는 등재번호까지 필요했다

신분증과 등재번호가 있어야만 투표용지를 배부받을 수 있었다.
등재번호가 부여되지 않은 투표소로 방문을 했다면
헛걸음으로 발길을 돌려 나가야 했다.
그래서인지 투표를 진행하는 관리관들이 더 분주하다

방문하는 시민들에게
신분증 가져오셨나요?
등재번호 기억하시나요?
등록된 주소지가 어디신가요?
개명이나 주소지 변경을 하셨나요?

중간에는 서버가 잠깐 작동을 멈춰
등재번호 원본 자료가 있는 동사무소로 부리나케 전화를 돌린다.


신분증을 내밀고, 등재번호를 조회한 뒤
사진으로 본인 여부를 확인하고, 서명까지 마친다.
귀퉁이가 잘린 투표용지를 손에 쥐고,
잘려나간 조각은 다시 통에 넣는다.
서명을 하기 어려운 이들에겐 지장을 찍게 하고,
안내를 맡은 관리관들의 손길은 바쁘고도 단정하다.
모두가 ‘오차 없는 민주주의’를 위해 정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국민의 편의를 위해 사전투표, 재외국민투표 등을 실시하지만,
본투표에서는 각 투표소에 배정된 국민의 수,
인쇄된 투표용지의 수,
배부된 투표용지의 수,
기표함의 투표수를 한 치의 오차가 없게 관리하여 선출에 임하고 있었다.

한 사람의 유권자를 위해
사막을, 정글을, 히말라야라를 넘어
투표소를 짓는 인도의 투표 문화를 보며
부러워했던 과거를 돌아보며 가슴을 펴본다.

오늘의 투표소는 질서 정연한 행정력과 수천 장의 용지, 수많은 손길로 움직였다.
그렇게 나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절차’를 목격했다.
인간은 물론 생명 전방에 대한 존중의 철학 아힘사(Ahimsa)를 실천하며,
사막 너머 한 명의 유권자에게도 투표소를 짓는 인도.
조선시대, 공정한 처리를 위해 외부에서 관리를 파견하는 외지부 제도는
오늘날 '등재번호 하나까지 정밀하게 관리되는 투표 행정'으로 이어졌다.
두 나라가 다다를 민주주의의 결론은 다를지도, 같을지도 모른다.
다만 오늘 하루, 나는 ‘한 표’의 가치를 새삼 되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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