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의 사투-운명을 건 6시간
몇 해 전, 핼러윈 참사의 기억 속에 오래 남은 장면은
심폐소생술을 하던 남성이 여성의 옷을 풀던 모습이다.
나는 그 모습에서 남성의 절박함을 보았지만,
여론은 그 모습을 불쾌해하며 잘잘못을 따졌다.
그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 분위기.
그날은, 생명을 구하려는 손길조차 오해받던 날이었다.
우리는 결국, 나와 가장 가까운 ‘짝’에게조차 삿대질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이번 주 <꼬꼬무>에서는, 불과 10년 전 시작된 하나의 약속의 시발점을 다뤘다.
눈 내리던 어느 날,
터널을 빠져나오던 종순 씨 가족은 사고 현장을 마주했고,
이후의 참사로 종순 씨는 다리를 잃는 사고를 당했다.
절단된 다리를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은 6시간.
하지만 접합 수술이 이루어진 시간은 무려 10시간 후였다.
결국 감염으로 인해, 어렵게 붙인 다리를 다시 절단해야 했다.
의료진은 말했다.
“조금만 더 빨리 접합 수술이 가능했다면 다리를 살릴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지 못하게 만든 건,
구급차 앞을 가로막은 수많은 차량들이었다.
그날의 비극 후 [모세의 기적] 캠페인이 시작되었다.
몇 달간 이어진 캠페인은 10년이 지난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터널 속 사고 현장, 급박한 출동을 위해 역주행까지 감행된 상황, 차들은 알아서 비켜섰다.
구급차가 달릴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방법'이 이제 사회 전반에 공유되었다고 했다.
방송 말미, 그날 구급차에 함께했던 소방관은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길을 비켜주는 법을 시민들이 더 잘 알고 계십니다.”
주책맞게 눈가에 차오른 눈물을 훔치며,
나도 긴급출동 차량에 길 터주는 방법을 검색해 봤다.
10년 전 그날의 주인공 종순 씨는 카메라 앞에서 회상한다.
가족들에게 으스댈 이야기가 생겼다며 웃는 모습이
왠지 모르게 아름답고 따뜻하다.
어른에게 ‘순수하다’는 표현이 어울릴지 모르겠지만
그 순간만큼은 그런 말이 가장 잘 어울렸다.
이 아름다운 사회적 약속이,
앞으로도 오래 지켜지기를.
그리고 그 약속에 나 역시 기꺼이 동참하겠다는 다짐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