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서 영화로 이어지는 짜릿함
새해가 되고, 새로운 영화 소식을 접했다.
박찬욱 감독님의 신작이 올해 개봉 예정이며, 그 원작은 소설 The AX라는 이야기였다.
아가씨, 친절한 금자씨는 나의 최애 영화들 중 하나다.
아가씨에서는 몰아치는 에피소드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반전이,
친절한 금자씨에서는
1회차 관람에선 금자씨의 안타까움을,
2회차 관람에선 납치범의 시선에서의 재구성을,
3회차 관람에선 피해자 가족과 이금자의 딸의 시선에서 또 다른 결을 보여주었다.
한 편의 영화가 세 번의 다른 이야기로 보인다는 건,
그만큼 감독이 만든 장면들이 얼마나 겹겹이 쌓여 있는지 말해주는 증거다.
아가씨는 아쉽게도 영화 이전에 책을 먼저 읽지 못했다.
지금도 책은 아직 내 서가 어딘가에 머물러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원작 소설을 먼저 읽고 영화를 보겠다는 원대한 꿈을 갖게 되었다.
The AX를 읽으며,
몇 번이나 땀샘이 짜릿해지는 긴장감을 느꼈다.
데보레가 첫 번째 살인까지 도달하는 내밀한 과정
그 살인이 다른 사람의 범죄로 둔갑되는 놀라운 서술
데보레가 아들을 구해내는 절박한 장면
이 모든 순간들이 이미 영화 장면처럼 머릿속에서 펼쳐졌고,
이것이 박찬욱 감독의 손에서 어떻게 재탄생할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또 한 번 땀샘이 반응한다.
소설에서 오는 짜릿함은 언어의 밀도에서 오고,
영화에서 오는 짜릿함은 이미지와 시간의 압축에서 온다.
서로 다른 결의 긴장감.
하지만 결국 하나의 서사에 대해
두 가지 결로 전율할 수 있다는 건 독자로서, 관객으로서의 커다란 행운이다.
한 남자가 가족과 자신을 지켜내기 위해 선택한 살인극.
나는 이 이야기를,
영화 개봉 몇 달 전부터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