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감상문: [찬실이는 복도 많지]를 보고

복을 찾기로 한 사람의 이야기

by 길고영


이미지 출처: 찬실이는 복도 많지 영화 공식 포스터



예전에 한 번 봤던 영화지만,

내용이 기억나지 않아 다시 재생 버튼을 눌렀다.

무엇보다 강말금 배우의 삶이 녹아든 듯한 그 연기를 다시 보고 싶었다.

어떤 감정은 시간이 지나면 흐려지지만, 어떤 얼굴은 오래 기억에 남는다.


그녀의 현실은 상상조차 아득하다.

진행되던 영화 프로젝트는 무산됐고,

결국 해고 통보 통보받는다.

마음에 품었던 남자에게는 선을 그어야 했고,

애써 써 내려간 시나리오는 시대가 원하는 목소리가 아니었다.


하지만 영화는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찬실이는 후배 집에서 새 일자리를 찾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짝사랑을 누나-동생 관계로 받아들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곁에는 사람이 남았다.


이건 복이 많은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복 없는 순간에도 복을 찾기로 한 사람의 이야기였다.


나는 찬실이처럼 살 수 있을까?


문득 나에게 묻게 된다.

“나는 그렇게 당차게 살아갈 수 있을까?”

“할머니와 찬실의 관계처럼, 나도 새로운 버팀목을 만들 수 있을까?”


찬실이를 떠올리며,

내 앞에 놓인 당면 과제들을 잠시 바라본다.

비록 ‘영화’는 끝났지만,

그 여운 속에서 나의 다음 장면이 시작되고 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감상문: [The AX]를 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