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쑥

곁에 있는 그대에게.

by 유나유





그날따라 봄 볕이 강하게 들어와 눈이 일찍 떠진 아침이었습니다.


어느새 일어나 물을 찾는 영감 목소리에 나는 부엌으로 향했고 시원한 물 한잔 떠서 나오니 영감은 마루로 나와 활짝 핀 꽃을 보고 있었어요. 봄이 한가득이네. 오늘 아침은 쑥 국 좀 끓여주시오 하는 영감의 말에 나는 그럼 장을 봐 올 테니 좀 기다리라 했고 영감은 알겠다고 했어요. 몸이 좋지를 않아 그 간 식사를 잘 못했던 터라 쑥 국 이야기가 나는 무척이나 반가웠고 빠른 걸음으로 시장으로 향했어요.


장에는 봄나물 향이 가득했고 그중에서도 가장 싱싱하고 향이 가득한 쑥을 사서 집으로 돌아왔어요. 마루에 누워 또 잠이 들어있는 영감을 보고 국을 끓이러 가는데 기분이 이상하더이다. 잠귀가 밝아 바람소리, 벌레소리에도 봄이구려, 여름이구려, 하던 당신이 내가 오는 소리도 듣지 못한 채 마루에 누워있는 모습이.


나는 향 가득한 쑥을 보여주려고 당신을 불렀는데 대답이 없더군요. 흔들어도, 목놓아 불러도 대답이 없었습니다. 나는 그날 쑥 국을 끓여주지 못하고 당신을 보내었습니다.


당신을 보내주고 함께 가자는 자식들을 다 보내고 나는 우리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당신 없는 집에 내가 어찌 있을까 걱정이 되기도 하고 무섭고 슬퍼서 고민했지만 당신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 집으로 돌아왔어요. 들어서자마자 텅 빈 마루에 검은 비닐봉지가 놓여 있습니다. 끓이지 못한 쑥이 시들어 가득 담겨 있네요. 먹고 싶다는 국 한 그릇 끓여주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려 다시 장으로 부지런히 나가 제일 싱싱하고 향이 가득한 쑥을 사 왔습니다. 부엌에 들어가 된장 한 숟가락, 두부도 총총히 썰어 넣어 국을 끓였습니다. 당신 사진 앞에 상을 차렸어요. 방안 가득 쑥 향이 가득합니다.


당신을 앞에 두고 절을 올립니다. 며칠 사이에 당신에게 맛있게 차려주려 했던 아침밥이 제사상이 되어 버린 것이 믿어지질 않습니다. 미안해요. 고개를 들고 당신을 봐야 하는데 눈물이 자꾸만 쏟아져 고개를 들 수가 없네요. 어디선가 얼른 일어나 한 숟갈 뜹시다. 하는 당신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요. 당신과 마주하고 앉아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끈한 국을 한 수저 떠보는데 당신이 참 좋아하는 맛이네요.


또 주책맞게 눈물이 납니다. 아무리 씹어도 밥이 넘어가질 않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마루에 나와 앉았습니다. 우리 집 마당이 이렇게 넓었나 싶습니다. 마당에 당신이 심어주었던 꽃들이 활짝 피었습니다. 멍하게 꽃을 보다가 나비가 한 마리 날아들었습니다. 꽃밭 주위를 휘휘 돌더니 내 무릎에 앉습니다. 손으로 훠이훠이 저어 보아도 날아가지 않습니다. 혹시 당신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눈물이 자꾸만 납니다.


어느 날 씨앗에 물을 주고 있던 당신과 나누었던 이야기가 생각이 났습니다. 나는 추운 것이 너무 싫어 다음 생에 태어나면 봄 꽃으로 태어나고 싶다고. 따스한 봄 볕 맞으며 살다가 찬바람이 불면 땅속에 숨었다가 또다시 봄이 오면 활짝 피어나는 봄 꽃으로.


그러자 당신이 허허 웃으며 말했지요. 그럼 나는 당신이 피는 곳마다 향기 따라 날아가는 나비로 태어나겠다고. 나비가 앉아서 날개를 움직이는 모습이 꼭 당신을 닮았습니다.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 같기도 하고 울지 말라고 위로해 주는 것 같습니다. 나비가 한참을 내 무릎 위에 있다 내가 눈물을 멈추자 나풀하고 날아 마당을 휘휘 돕니다.


어디선가 분아, 분아, 하는 당신 목소리가 들립니다. 당신이 불러주던 분이라는 내 이름이 참 좋았습니다. 문 앞에 건강한 당신이 서 있습니다. 활짝 웃으며 나를 보고 서 있는 당신을 보니 이것이 꿈인가 생신가 싶습니다.


떠나지 마시오 떠나지 마시오 나를 혼자 두지 마시오 메이는 목을 쥐어짜 이야기해보아도 소리가 나질 않습니다. 나를 따뜻하게 바라보는 당신에게 달려가 안겨봅니다. 힘 있게 나를 꽉 안아주더니 내 눈물을 닦아줍니다. 잘 있으라는 인사겠지요. 그러고는 나를 이내 놓고 점점 걸어갑니다. 멀어지는 모습 놓치고 싶지 않아 보고 또 봅니다. 당신이 거의 보이지 않을 때쯤 나는 인사를 올립니다.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 담아.


봄이 오면 또 당신과 만날 수 있을 터이니. 떠나가는 당신을 향해 절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넓은 마당에 앉아 당신이 좋아하던 아리랑 한 소절을 불러봅니다.

나를 두고 가지 마시오 십리 밖으로 가지 마시오 아리랑 고개로 가다 내 생각나거든 언제든 다시 돌아오시오. 봄이 끝나지도 않았으나 또 봄이 오길 기다립니다.


올해 봄, 나는 유난히 춥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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