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지 않아요! 그러나 실망합니다.
하노이 자유여행을 하다 보면 무엇인가 좀 부족한 면이 분명 존재한다. 사람 나름이겠지만 공통적인 부분은 나 나름대로 소설(추측)을 써 본다면 아마도 하노이 시내 또는 주변 볼거리 부족에 대한 갈증이라 본다.
하노이에 머물면서 가 볼 수 있는 곳이 하롱베이 방향과 닌빈에 땀꼭(또는 짱안) 정도이다. 하노이 시내 유적지는 규모나 유례, 경관 등으로 보아 굳이 보러 가기가 부족하고 지나가다 있으면 볼 정도로 빈약하다.
이런 이유로 여행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고자 나름 대안을 마련한 곳이 등럼 마을이다. 등럼 마을이 여행사의 내용으로 보면 하노이 근교 홍강 델타 지역에 형성된 전형적인 농촌 마을로 베트남의 전통가옥과 농촌 모습이 그대로 잘 보존된 마을이라는 것이다.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소수 민족의 전통 마을처럼 생활과 집, 마을이 마치 잘 보존된 듯이 소개되고 있었다.
2명이 등럼 마을 투어를 여행사를 통하여 진행할 경우 비용이 영어 해설을 전제로 1인 8만 원, 2인 16만 원 정도이고, 한국어 해설 가이드인 경우 추가로 비용이 지급되어야 하기 때문에 긴 망설임 끝에, 어설프고 두렵지만 직접 가기로 결정하였다.
우선 부부가 가려면 버스로 갈지 아니면 그랩(Grab)으로 갈지 결정하기 위하여, 그랩(Grab)으로 비용을 조회하였더니 베트남 화폐로 450,000 ~ 550,000 (동), 우리 돈으로 22,000 ~ 27,000원 정도였다. 이 정도면 그랩(Grab)을 이용하기로 하고, 호엠끼엔 호수에서 출발했다. 약 1시간 30분 정도 하노이 시내와 농촌을 달려 등럼 마을에 도착하였다.
사실, 등럼 마을은 여행사에는 상품으로 소개되어 있지만 현지인, 그랩(Grab) 기사분, 호텔 직원뿐만 아니라 투어 여행사에서도 잘 모르는 베일에 싸인 '전통 민속 마을'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가보고 싶은 마을이었다.
마을에 도착하여 그랩(Grab) 기사분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내려 줄 곳을 찾았다. 하지만 찾지 못하고 주민에게 물어보고서야 우리를 내려 주었다. 이 곳이 등럼 마을은 틀림없었다. 기사분이 찾지 못한 이유를 잠시 후에 마을을 돌아보면서 알았다. 마을 곳곳을 다녔지만 내가 그리던 모습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그저 하노이 근교 여느 마을과 별반 차이 없었다. 굳이 다른 점이 있다면 대부분 현대식 가옥이었는데 아주 아~주 간간이 담이나 대문 정도가 혹 가다가 눈에 띄었고 가옥 전체 또는 연이어 있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
결국, 전통 마을 속에서 전통 흔적을 찾으러 두어 시간을 허무하게 보내고, 지쳐서 들어간 음식점이 놀라게도 전통가옥이었다. 골목에서 보면 틀림없이 현대식 가옥에 베트남 여느 식당이었다. 맘에 안 드는 음식을 곱씹으며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전통적인 모습의 사진 몇 장이 원망스럽게 느껴지는 점심시간이었다.
등럼 마을은 볼 가치가 있다고 우긴 나는 괜찮지만 같이 간 사람은 이 무슨 개고생인가 싶어 무안하기 그지없었다. 그 와중에도 얍삽하고 허접한 아이디어가 떠 올랐다. 등럼 마을에서 호엠끼엔 호수까지 버스 타고 가면서 현지인의 생활 모습을 생생하게 투어 하자고 제안하였다. 이왕 이렇게 된 것 마지막까지 초지일관 폭망 하기로 하였는지 흔쾌히 의견 일치를 보았다.
등럼 마을에서 92번 버스를 타고 하노이 시내 종점에서 내린다. 하차한 곳에서 다시 32번 버스를 타고 하노이 역에서 내리면 호엠끼엔 호수까지는 걸어가면 된다. 차비는 92번 버스는 한번 타면 거리에 관계없이 9,000(동), 450원이고, 32번 버스도 마찬가지이지만 차비는 7,000(동) 350원 정도였다. 버스 타는 것 자체가 현지 체험이면서 현지인의 생활과 문화를 이해하는데 꼭 필요한 뜻밖에 소득이었다.
갈 때도 버스 타고 다시 한번 가고 싶다. 알 수 없다, 사람 마음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