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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각로 강성길 Dec 25. 2018

방콕 이색 여행 2

철길을 배가 이어주는 매끄렁 ‘위험한' 시장 가는 길

방콕 이색 여행 2

철길을 배가 이어주는 매끄렁 ‘위험한 시장 가는 길          

윙위안 야이(Wongwian Yai station) 기차역에 도착한 어설픈 여행자의 몸짓과 언어는 바로 방콕 시민이 

알아본다. 

윙위안 야이(Wongwian Yai station) 기차역

매끄렁 ‘위험한’ 시장가는 여정의 1차 관문인 마하 차이(Maha Chai) 역으로 가기 위해 매표소 앞에서 

두리번거리면 의외로 나이가 지긋하신 노인 분들이 말을 건넨다. 

‘니푼(Japan)’ 그러면 

‘코리아(Korea)’ 

오 알았다는 듯이 손가락으로 ‘1’을 보이면서 

‘덴밧’(Ten Bat)한다. 

그리고 쳐다보며 미소를 짓는다. 

같이 환한 표정을 지으면 상황 끝이다.      


다시 말하면 이 기차는 16개 역을 가는 단선이다. 

태국의 다른 선로와 연결이 되어있지 않다.  

오직 윙위안 야이(Wongwian Yai station) 역에서 마하 차이(Maha Chai) 역만 왔다 갔다 하는 외로운 

기차 길이다. 

요금은 어디서 타든 지 내리든지 관계없이 10(Bat)/1인이다.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350원/1인 정도이다.

TRAN(기차) 4323호, DEP TIME(출발 시간) 10:40,  ARR TIME(도착시간) 11:39, PRICE(가격) 10(Bat) 

내용이 인쇄된 기차표를 2장 끊었다. 

오전 5:30 첫 기차부터 오후 8:10 막차까지 거의 1시간 간격으로 17번/1일 운행하고 있다. 


기차는 완행으로 좌석 지정이 없고 객실 천장에 매달린 선풍기와 수동이지만 승객의 의지대로 작동 안 할 수 

있는 시간이 제법 쌓인 창문을 통한 자연풍으로 냉방을 대신한다. 

오늘의 운수가 나쁘면 선풍기가 쉬는 좌석을 본인 스스로 지정할 수도 있다. 

좋은 좌석은 우선 햇볕이 드는 쪽의 반대편 좌석이며 순방향이고 마지막으로 선풍기가 열심히 일하는 좌석 

근처가 나름 일등 좌석인데 여행객이 차지하기란 그리 쉽지는 않다. 

그 이유는 매끌렁 ‘위험한’ 시장 투어를 마치고 돌아오는 글 편에서 제공할 생각인데 방콕 귀경 글까지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여행에서 일단 표만 끊어도 중간고사 마친 학생처럼 마음이 홀가분하다. 

기차가 역에서 보이기 시작할 때까지 여유로운 평화의 시대가 도래한다. 

평화는 언제나 주변을 살펴보게 한다. 

손에 표를 쥔 다음에야 옆에 일본 사람(3명)이 있다는 것을 알았고 키가 큰 여행자(1인 배낭여행)가 총총히 

걸어오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생활 터전인 상가와 기차역 선로가 함께하는 어찌 보면 여행자에겐 오히려 여기가 매끄렁 ‘위험한’ 시장처럼 

보이는 이 당황스러운 광경이야 말로 여행이 주는 뜻밖에 또 다른 맛이 아닐까. 

정리하면 일본인 3인과 현지 가이드, 우리 부부 그리고 나중에 알았지만 잘생긴 키 큰 브라질 청년 1명이 

외국인 여행자 전부였다.


기차는 방콕 시내에서 서쪽으로 달린다. 

가다 보면 선로 옆에 있는 나뭇가지가 열린 창문을 통해 바람과 함께 들어오곤 한다. 

때로는 집 앞마당이 기차 길일 정도로 선로와 생활 터전 구분이 불분명하다. 

기차가 지나가는 동안은 기차 길이고 그 외는 주민의 마을길이 된다. 

게으른 방콕 개들이 뛰어가는 정도의 속도로 시내를 벗어난다.      

마주 보는 의자에 역방향에 나 혼자, 순방향에 태국 멋쟁이 노인 그리고 와이프가 자리 잡았다. 

우리는 창 밖 풍경을 주로 보는 반면 노인 분은 창밖과 우리 양쪽을 힐끔힐끔 보면서 마하 차이(Maha Chai)로 가고 있었다. 

방콕 시내를 벗어나면 선로 주변은 어수선하다. 

작은 공장이나 창고 등 건물들이 있고 그 옆에 바나나 나무가 무질서하게 심어져 있다. 

쓰레기가 있는 공터는 여기 태국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다가 정돈되고 규모가 좀 되는 보이는 바나나 과수원이 나오고 탐스러운 바나나 과일이 지천으로 보이자 

그동안 얌전히 계시던 노인 분이 한 손으로 창 밖 풍경을 나머지 손으로는 나를 툭툭 치면서 알아듣지도 못하는 태국어로 다급하게 말씀하신다. 

그렇게 기차여행은 방콕 시민과 여행자를 자연스럽게 동행 가족으로 만든다.       


마하 차이(Maha Chai)는 타 차이(Tha Chin) 강 하구와 바다에 접한 도시이다. 

이 곳에는 건어물 등 해산물과 조선업이 활발한 중소도시이다. 

마하 차이(Maha Chai) 역에서 나오면 낮 설은 짭조름한 바다 내음이 제일 먼저 여행자를 반긴다. 

이미 수산물 도매 시장을 관통하는 길에 들어선 것을 의미한다. 

진열된 건어물을 비롯한 이 지역 특산물을 신기한 듯이 구경하다 보면 차이(Chai) 강을 건너는 선착장이 

보인다. 

차이 강 선착장

아마도 3 Bat/1인이었던 것 같다. 

나름 선착장 로컬 음식점은 다양한 해산물 요리도 요리지만 강 건너 반 레임(Ban Laem) 역의 기차 출발 시간을 고려한다면 차분히 흐르는 차이(Chai) 강을 바라보면서 한 끼의 점심을 하는 것 또한 매끄렁 ‘위험한’ 시장가는 이색 여행의 보너스 같은 망중한의 즐거움이다.      

배가 이어주는 철길

차이(Chai) 강 건너에는 반 레임(Ban Laem) 기차역이 있다. 

선착장에서 내려 상가로 터널을 이룬 외길 따라 50m 정도 가면 사거리가 나온다. 

오른쪽으로 가야 한다. 

한가하게 어슬렁거리는 덩치 큰 개는 보는 사람에 따라 이 길이 공포의 길이 될 수도 있다. 상황만 으스스 하지 실제는 ‘소 닭 쳐다보듯’ 여행자에 관심 1도 없다. 

물론 여행자에게 찾아온 공포는 어쩔 수 없이 본인의 몫이므로 반 레임(Ban Laem) 기차역까지 이어진다. 

역에서의 상황은 조금 더 심각한데 앉은 의자 밑으로 와서 뒹굴기도 하지만 분명 거기까지이다.      

오지의 기차역이라 볼 수 있는 반 레임(Ban Laem) 기차역에서 차분하게 고요한 기다림을 경험한다는 것은 여행만이 주는 오묘한 감정을 풍만하게 하는 기회인지 모른다. 

이 이색 여행이 어디로 이어져야 하는지 조차 망각하게 하는 아주 소소한 열반의 순간이었다. 단지 기차역에서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반 레임 기차역

의외로 기차는 30분 전에 와서 수리도 하고 폼(방향)도 잡아보고 소리(기적)도 질러보더니 덜컹 거리며 무거운 객차를 선로에 밀어 놓는다.  

다음 역인 타 차롬(Tha Chalom) 역이 기차선 중심역이고 그리고 오늘이 마침 장날인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쌀이며 닭이며 생활필수품을 보따리 보따리이고 지고 들고 기차에 싣는다. 

조용하던 기차 안이 기분 좋은 시장 바닥이 되었다. 

이런 우연한 광경은 의외로 뜻밖에 추억으로 남는다. 

기차는 반 레임(Ban Laem) 역에서 매 끄렁(Mae Klong) 역만 단지 이어주는 것은 아니다. 

세상 어디나 비슷하지만 고달픈 농촌 생활을 그나마 세상(도시)으로 이어주는 생생한 삶의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삶의 여정처럼 기차는 가고 쉬고 내리고 태우고 하는 동안 어느덧, 매 끄렁(Mae Klong) ‘위험한’ 시장 역에 

들어서고 있었다. 

수많은 여행객으로 에워 쌓인 기차는 잠자는 아기 옆을 지나는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그리고 천천히

 여행객 무리 속으로 들어가 하나가 된다. 

환희의 휴대폰 눈동자만 살아 움직인다. 

이색 여행자의 생생한 모습은 또 다른 여행자의 사진 속에서 환한 웃음과 함께 지금도 손을 흔들고 있다.

https://brunch.co.kr/@gilliga/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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