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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각로 강성길 Oct 27. 2018

곶자왈  "꿈속의 사랑" 꽃말을 가진 식물이 사는 숲

산양 곶자왈


"꿈속의 사랑" 꽃말을 가진 식물이 사는 제주 숲

제주시 문화대전 속 제주시의 특별한 이야기에는 없는 숲

4.3 항쟁 시 마을 주민을 품에 안은 숲     


제주도에는 수많은 관광 명소가 있기 때문에 오히려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주차하기 편안 곳이 여행지가 되는 경우도 있다. 아니면 생각했던 장소로 가는 도중에 눈에 띄는 블로그 속 유명한 맛 집, 카페 그리고 박물관 등이 지긋이 제주를 돌아보려는 잔잔한 여행 나그네에게는 갈등을 일으킬 수도 있다.     


이번 여행에서는 제주 어느 숲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주민은 마을 근처라 안 가고 여행객은 블로그에 소개된 글이 없어서 못 간다. 원시 숲 속의 평화와 생존 이야기이다. 생생한 파노라마로 장장 3시간 동안 오직 우리 부부에게만 허락해 주었던 숲이다.     

이 숲은 인위적으로 대규모 벌채된 이후에 자연적으로 새로운 나무 싹이 돋아 극상(climax)에 이른 숲으로 ‘맹아림’이라고도 한다.  대표적인 맹아림 제주 숲이다.       

이 숲은 원시림과 견줄만한 여러 가지 생태적 특징을 보이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바위에 붙어사는 많은 이끼류와 양치식물이다. 그리고 상록 덩굴나무인 마삭줄 등이다.       

이 숲이 원시림과 유사한 특징을 보이는 이유는 토양층이 용암층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크고 작은 수많은 바위들이 수십 미터씩 쌓여있거나 함몰되어 다양하고 독특한 미기후를 만들어낸다.      

거대한 바위 층은 표토에서의 수분 증발을 억제하여 공중 습도를 높게 하고, 이 영향으로 겨울철에는 따뜻하고 여름철에는 시원하다.     

이 숲 식생은 산간 중간 일대에 광범위하게 분포하는 초지대에 반점 모양, 긴 타원 모양, 아메바 모양으로 발달해 있다.     

이 숲의 이름은 숲을 뜻하는 곶과 덩굴을 의미하는 자왈이다. 곶(숲)에 해당하는 주종 나무는 참나뭇과에 속하는 종가시 나무와 때죽나무과에 속하는 때죽나무이다. 자왈(덩굴)의 주종은 마삭줄이다.     

종가시 나무는 키가 15m 정도 자라고 숲이 성숙 단계의 안정된 군락을 이룬다.

때죽나무는 높이가 10m 정도이고 종가시 나무가 차지하지 못한 숲의 나머지 공간을 차지한다.       

이 숲에는 초본층 식물인 고사리류의 북방계 식물은 물론 남방계 식물도 공존한다. 가장 낮은 곳에 이끼류가 번창한다.     

이 숲은 용암이 다른 어떤 곳보다 크고 많아 거대한 바위들이 모여 있고 마치 바위 구릉과 같은 함몰지가 불규칙하게 발달하여 지형적, 경관적으로 매우 흥미로운 곳이다.     

이러한 이 숲의 식물 사회구조는 우리나라 제주도 이외 일본이나 중국 등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식물 사회구조로 생태학적으로 매우 가치가 있다.     

 이 숲은 제주 여타 숲을 대표할만한 식생이며 특히 자금우(천량금), 밤일엽, 개가시 나무, 백서향 등 희귀 식물이 서식하고 있어 천연기념물이나 이에 상응하는 보존지역으로 지정하여 국가적 차원에서 보존해야 될 숲 중 하나이다.     


이 숲에는 작은 이야기들이 있다.     

따뜻하고 습기가 있는 곳을 좋아하는 백서향은 꽃향기가 무척 강하고 독특하다. 백서향의 꽃말은 "꿈속의 사랑", 옛날 어떤 스님이 잠결에 맡은 기분 좋은 향기를 쫓아가니 이 꽃나무를 발견했다고 하여 수향(잠잘 수, 향기 향)이라 불렀다가 “상서로운 향기”라는 뜻으로 서향이라고 바꿔 불렀다.     

마삭줄은 짧은 공기 뿌리를 종가시 나무의 껍질에 조심스럽게 붙이면서 올라가기 때문에 제공한 나무에 해를 주지 않는다. 휘감고 올라가면서 아낌없이 몸을 빌려준 나무를 되레 조여서 결국 죽게 하는 등나무와 비교하면 마삭줄은 상생의 도리를 지키는 것 같아 마음이 훈훈하다.     

제주 4.3 항쟁 중 “9 연대가 중산간 마을 주민에 대한 대량 학살 계획을 채택했으며, 1948년 한 해 동안 1만 5천여 명의 주민이 희생되었다. 그중 80%가 토벌군에 의해 사살됐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 과정에서 인근 주민들은 이 숲 속으로 피신하여 생명을 보존하였을 정도로 울창하다.     

숲에 대한 예의를 지키면서  약 4km 정도의  숲길을 걷다 보면 정성 들여 찾아온 사람들에게 이 숲은 오래된 이야기를 하나둘씩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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