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 조직문화 Part3. 자율과 책임
스타트업을 2년째 운영하고 있는 직원 수 10명 대표, 최근에 자율 출퇴근제를 도입하면서 고민이 생겼다. 새롭게 도입한 자율 출퇴근 제도에서 직원은 집중 근무시간인 오후 1시에서 ~ 5시를 제외한 시간 대 중 자기가 원하는 시간에 출근하고 퇴근할 수 있다. 하루에 8시간 근무 원칙만 지키면 된다. 하지만 문제는 늦은 오전에 출근 후 8시간을 채우지 않고 저녁에 일찍 가는 직원 1명이 존재하는 게 문제였다. 대표가 자리를 비우면 어김없이 8시간을 채우지 않고 퇴근했다. 자율 출퇴근 제도를 적당히 일하고 자유롭게 놀면서 일하는 정책이라고 착각했기 때문이다. 사실 자율 출퇴근 제도 취지는 직원 자신에게 생산성이 높은 시간대에 나와서 8시간 동안 집중해서 좋은 결과물을 만드는 데 있다. 이 문제는 권한만 행사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났다. 이 직원에게는 스스로 원하는 시간에 출근하고 퇴근하는 권한이 주어졌다. 하지만 하루 8시간이라는 의무와 책임은 회피했다.
미국 스타트업 메카 실리콘 밸리에서 자율 휴가, 자율 출퇴근 등 자율성을 높이는 다양한 방식들이 한국 스타트업에도 유입되었다. 하지만 많은 회사에서 위와 같은 부작용이 있었다. 자율 휴가, 출퇴근을 남용하는 직원들이 10명 중 한 명 정도 비율로 나왔기 때문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난감하다. 대다수가 아닌 소수가 이 정책을 악용하기 때문에 정책을 철회는 어렵다.
어떻게 해야 할까? 원인부터 살펴보자.
책임의식 부재가 문제 원인 중 하나다.
전통적인 경영 방식 아래에서 모든 책임은 리더에게 있었다. 리더가 모든 의사결정을 했고, 직원들은 지시를 받기 때문이다. 리더 자신이 모든 책임을 다 지기 때문에 감시와 통제는 필요했다. 하지만 자율 경영에서는 의사 결정 권한을 직원들에게 분배한다. 권한뿐만 아니라 책임도 직원들에게 옮겨진다. 직원이 권한만 챙기고, 책임이 없다면 권한 남용이라는 위와 같은 부작용이 일어난다. 즉 회사는 어떻게 하면 직원들이 책임감을 높이는 방안에 대하여 고민을 해야 한다.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1) 결과를 공식적으로 평가하는 방식과
2) 직원들이 공감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프레임워크)을 제공하여 직원들이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방식이 있다.
먼저 평가에 대한 이야기부터 하겠다.
자율 출퇴근제, 자율 휴가제, 재택근무 등 정책을 도입하는 의미는 회사가 더 이상 직원들이 언제, 어떻게, 어디서 일하는지에 대하여 신경 쓰지 않는다고 선언하는 데 있다. 오직 직원들을 결과로만 보겠다는 뜻이다. 회사가 직원이 매일 밤새 가면서 야근을 하든, 근무기간 동안 해외에 나가 있든지 상관하지 않고, 단지 결과에 대한 책임만 묻겠다는 의미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율 정책을 도입할 때 어떻게 결과물을 평가할지에 대한 고민이 같이 이루어져야 한다. 평가를 통하여 의사결정자가 책임을 인식하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평가는 회사 직원들에게 있어 언제나 어색하고 불편하다. 직원도 싫어하지만 관리자들도 싫어하는 게 성과평가다. 그래서 딜로이트 등 성과평가를 없애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2015년 말 기준 미국 포츈 500대 기업 중 최소 30개 이상의 기업이 성과평가를 전면 폐기했다. 하지만 문제는 설사 성과평가를 없애도 평가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공식적인 평가가 없는 상황에서는 평가는 더 주관적으로 비밀스럽게 진행된다. 산업조직심리학 최근 논문에 따르면 성과평가 옹호자들은 "성과는 언제나 어떤 식으로든 측정되기 마련이다 공식적인 과정이 없다면 평가는 블랙박스와 같이 은밀하게 진행된다.”라고 이야기했다. 평가 시스템이 없으면 직원들 기여도를 누가 판단하고 어떻게 측정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주지 않고 암흑 속에 내버려 두는 거와 같다고 한다.
성과평가는 많은 직원들이 싫어하는 프로세스다. 하지만 직원들도 성과평가를 하는 게 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CEB연구에 따르면 9,000명의 관리자와 임직원들은 성과평가는 필요하다고 이야기했고, 최근 페이스북 내에서 진행 한 설문조사에서도 300명 중 87% 이상이 성과평가가 유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몇 년 전 성과평가를 폐지했던 기업들도 공식적인 성과평가를 다시 시작했다. 성과평가가 꼭 필요할까? 결론적으로 평가는 필요하다. 고민해야 하는 건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이다. 자칫 잘못했다가 많은 부작용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공정성과 투명성이 결여되고, 지나친 점수와 등급에만 집중하여 직원 동기부여를 떨어뜨리고, 매니저를 더욱더 신뢰하지 못하고, 결과에 대하여 불만이 쌓인다. 회사 상황과 조직 문화에 따라서 신중하게 평가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대기업이고 수많은 직원이 있다면 등급평가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작은 회사의 경우 분기 단위로 이루어지는 공식적인 성과 면담으로 평가 방법을 대신할 수 있다. 국내 사회적 기업 컨설팅 Mysc는 180도 리뷰라는 이름으로 매년 서로에게 성장을 위한 솔직한 의견을 전달한다.
평가 방법을 설계할 때 고려하는 건 본 주제와 어긋나기 때문에 뒤 장에서 다시 다루도록 하겠다. 하지만 평가가 자율성을 저해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서는 안 된다. 평가 목적은 직원에게 책임의식을 높여서 더 지속 가능한 자율 문화를 이루고자 하는데에 있다. 평가가 규제가 많아지는 것으로 작용해서는 안된다. 평가는 필요하지만, 자율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평가 시스템에 지나치게 의존해서는 안된다. 두 번째 방식인 가이드라인(프레임워크)을 통하여 보완해야 한다.
Ref :
하버드비즈니스리뷰 <아직은 성과평가를 버리지 말아야 할 때>
CEB 레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