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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scud Aug 10. 2023

#003_전통적 '인간'의 정의_신체와 정신

신체와 정신을 가진 생명체


신체와 정신을 가진 생명체


고대로부터 인간은 혼과 육을 가진 존재로 묘사되었다. 흔히 육은 인간의 물질적이고 형상적인 측면을 대변하며, 혼은 비 물질적이고 질료적인 측면을 의미한다고 여겨지나, 이러한 구분이 분명하였는지는 알 수 없다. 철학자 백종현은 혼과 육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구약 성서』 의 「시편」의 한 구절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숨을 거두어들이시면 죽어서 먼지로 돌아가지만, 당신께서 입김을 불어 넣으시면 다시 소생하고 땅의 모습은 새로워집니다.” 
『구약 성서』, 「시편」 104, 30


 고대 동양의 신앙에서는 정신을 숨결 혹은 바람으로 이해하며, 이러한 정신은 생명을 살아 있게 하는 힘으로 이해 되었다고 한다.5 정신의 실체는 신성(야훼의 숨결)으로부터 부여받은 것이며 정신이 없는 신체는 곧 죽은 존재였다. 다시 말해,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은 신의 말씀을 따라 형상(신체)이 창조되었고, 신성에 의해

정신을 부여받은 존재인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물질을 운동하게 하는 원리가 존재한다고 생각하였고, 이를 약동하게 하는 힘으로 영혼을 “스스로 운동하는 것”이라 규정하였다. 이는 정신을 질료적인원리로 파악하며 동시에 정신의 운동성에 주목한 것이었다. 이러한 정신의 원리는 우주의 모든 물질의 움직임에 관여하며, 물질의 내재적 요인으로 받아들여졌다. 따라서 정신은 형상을 살아있게 하는 선행 조건으로써, 신체에 대한 정신의 우위를 말하였다.


 이러한 점에서 스토아철학에서도 유사한 지점을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스토아철학에서 제기된 다음 명제, “건강한 정신은 건강한 신체에 있다.” 는 신체와 정신의 분리 불가한 측면을 강조하기는 하나, 오히려 건강한 신체의 중요성에 방점을 찍으며 물질적인 우주관의 기초를 놓았다.


 한편, 동아시아 지역에서 전승되던 창세 신화에서는 이러한 물질적인 측면이 진즉 부각되었다. 중국의 창세 신화는 크게 분류하면 1)신들에 의한 창조 2)자연물에서 비롯된 창조 3)동물에서 변형으로 구분된다.8 신들에 의한 창조는 다시, 신의 의지에 의한 창조와 신의 몸에서 비롯한 창조로 구분된다. 특히, 후자는 중국의 가장 널리 알려진 창세신화로, 이 신화에서 인간은 음양의 조화 사이에서 태어나 신통력을 지닌 조물주 반고(盤古)의 신체가 변형되어 나타난 존재로 그려진다. 자연물에서 비롯한 창조에서는 인간은 돌에서 탄생되었다고 전해지며, 동물에서 변형된 인간은 벌레, 곰이 변한 존재로 그려진다. 이처럼 동아시아의 신화에서 그려진 인간 창조는 물질에서 탄생한 인간 존재를 그려낸다.


 동아시아의 창세신화에서 인간의 존재는 음양의 원리에 따라 발생한 우주의 본연적인 성질과 닮아 있다. 이는 이들 신화가 인간을 공허한 물질, 형식만 갖춘 존재가 아니라 우주 운행의 원리를 따라 움직이는 존재로 이해하고 있음을 뜻한다. 물론 동아시아의 인간 창조 신화가 질료와 형식이라는 이분법을 따르고 있지는 않다. 이들 지역의 창세 신화는 물질과 정신을 따로 구분하지 않으며 그저 자연의 작동 방식, 즉 음양의 조화를 따라 발생한 존재로 이해한다는 점에서는 앞선 해석이 무리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 문명(서구와 동아시아)간의 인간 창조에 대한 세부 이해는 다를지라도, 인간이 신체를 가진 정신적인 존재, 즉 자연(혹은 신)의 원리로 생동하는 물질적 존재로 이해한다는 점에선 같은 지점을 공유하고 있다.


이러한 인간에 대한 전통적인 이해는 인간이 다른 생명체와 마찬가지로 정신과 신체를 갖고 있는 존재라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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