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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맹드 Dec 25. 2024

6. 그의 부모님

어리석은 결혼은 하기 싫었다

"어서 와~ 반갑다. 환영한다 수정아~"


그의 부모님을 뵈러 간 날, 나는 적지 않게 긴장했었다.


지난 연애사를 돌아보면, 내가 남친네 부모님께 인사를 드린 적은

20대 때 딱 한번이었는데,

그리 달갑지 않은 경험이었다.


종갓집 며느리 노릇을 하기엔

내가 자기주장도 강하고

커리어에 대한 욕심도 크다고 생각하셨던 걸까.

친구들끼리는 그렇게 결론지었었지만,  

아무튼 내 나름의 상처가 되었다.


난 당시, 결혼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는데

어른들끼리 뭔가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나를 열외시킨 느낌.


나를 나로서 온전히 받아줄 사람이 어디 있을까.


몇 년 전까지 그렇게 헤매다가 결국 포기했었는데,

나이 마흔에 이곳 충청도 어디쯤의 시골에

내가 와있을 줄이야.

꽃바구니를 든 채로 말이다.


나를 처음 보시는 분께서 환하게 웃으며 안아주시고,

"이런 날이 올 줄 몰랐다"며 눈시울을 붉히시는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이래서 어른들은
다 짝이 있고,
인연은 다 따로 있고,
다 때가 있다고 하는 것일까?



우리 아버님과 어머님은 시골에서 작은 슈퍼를 운영하시는데,

주변의 덕망과 신임이 높으신 분들이었다.


두 분의 말투와 화법, 눈빛과 손길 이런 것들로부터

나는 '좋은 분들'이라는 인상을 받았고,

나를 배척하던 20년 전의 그 어른들과는 많이 다르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T의 인성이 두 분으로부터 왔을 것을 생각하니

이내 안심되기도 했다.


T의 가족들을 보면서

전혀 불안하지 않았다.

분명 내 인생에서 처음 등장하는 사람들이지만

어느 정도 결이 맞는 느낌이랄까.


과한 욕심이나 탐욕으로 일을 그르칠 분들이 아니셨고,

반대로 어리석음이나 나태함으로 복을 빼앗길 분들도 아니셨다.


두 분의 성실함과 소박함이 존경스러웠다.


T와의 결혼을 내가 승낙하게 된 것은

두 분의 덕이 컸다.


상견례는 1월 말,

우리가 만난 지 만 8개월 되던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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