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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자꾸 나를 울린다

그대 고운 내 사랑

by 김바비

아빠는 자꾸 나를 울린다.


어렸을 땐 아빠가 짜증 나고 답답해서 울었다.

지금은 아빠가 짠하고 고마워서 눈물이 난다.


사실, 나는 아빠와 사이가 썩 좋지는 않았다.

아빠는 가부장적이시고 유하지 않으셨다.

그때 나는 20대 초반, 세상 무서울 것도 없었고

무조건 내가 맞다고 생각했다.


아빠가 하는 말들은 다 고지식했고

아빠는 나를 미워한다고 생각했다.

아빠랑 싸우고 큰 소리 내고 엄마한테도 짜증 냈다.

그러다가 동네 카페에 가서

친구들에게 하소연했던 게 내 일상이었다.


그때는 아빠가

왜 그렇게 막힌 사람이 될 수밖에 없는지 알 수 없었다.


‘나’밖에 몰랐고, 세상 무서울 게 없었으니까.


그런데, 친할아버지와 친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세상에서 제일 단단한 아빠가

엉엉 우시는 걸 봤다.

서울에 있다가 고향에 내려갔는데,

덜컥 늙어버리신 아빠가 보였다.

약하고 지친 아빠의 모습이 보였다.


장남으로서 할머니 할아버지를 모시고

가장으로서 나와 동생을 위해 일하시는 아빠,

정작 본인의 삶은 없었던 것 같다.


퇴직을 앞두신 아빠가

스스로에게 준 표창장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

엄마가 우연히 발견하셨다고 한다.


아빠 혼자서 작성하고, 혼자 보고

혼자 간직했던 그 표창장.


아빠의 30년은 그렇게 흘러갔다.

부모를 위해서, 딸과 아들을 위해서,,


진짜 퇴직하셨을 때 감사패를 만들어 드렸는데

너무 좋다고 아빠는 환하게 웃으셨다.


아빠는 또 나를 울린다.

자꾸 나를 울린다.


아빠한테 힘들다고 말 한 적 없는데

최근에 생긴 힘든 일 말씀드린 적도 없는데

아빠는 당신만의 방식으로 나를 위로하신다.


아빠는 그렇게 장녀를 울린다.

아빠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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