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고운 내 사랑
아빠가 아프다는 소리를 들으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다.
엄마는 축 처진 목소리로 아빠의 몸이 안 좋다고 그러고
아빠는 응급실에 갔다, 병원에 갔다고 하실 때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프다고 말씀하시면
그냥 듣고 있는다.
힘들어하시는 아빠를 보고 있는
엄마도 착잡하실 텐데
내가 뭔가를 해줄 수가 없어서 답답하다.
그냥 가만히 듣고, 안부를 여쭙고, 상황을 확인하는 게 전부..
힘 빠진 부모님의 목소리를 들으면
나도 같이 힘이 빠지고 우울해진다.
아빠는 40대 때 약을 잘 안 드셨다.
그때는 병원에도 잘 안 가시고
그냥 마냥 건강하실 거라고 생각하셨나 보다.
근데 막상 50대 후반이 되시면서
건강에 대해 생각이 바뀌셨고
다행히, 지금은 병원에서 주는 약을 잘 챙겨드시려고 하신다는데
늘 걱정이다.
그런 아빠를 옆에서 보고 있는
엄마의 착잡한 마음도 걱정이다.
‘이러다가 아빠가 한순간에 어떻게 되는 건 아닐까?‘라는 최악의 생각도 하게 된다.
동생은 아직 대학교를 다니고, 나도 사회 초년생인데
이런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몸이 더 약해지신다고 생각하면
좀 아찔하다.
또, 한편으로는
아픈 할머니 할아버지를 부양하셨던
아빠와 고모들이 대단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 부모님이 아프시면, 나도 우리 아빠엄마 고모들처럼 할 수 있을까?‘
라는 두려움
아직 닥치지 않았지만
그런 막연한 무서움이 나를 뒤덮을 때가 있다.
내가 어떻게 해야, 아빠가 건강해지실지
이놈의 서울살이
나도 챙기고, 부모님도 챙기고, 동생도 챙겨야 하는
(그냥 마음의 부담..이랄까.. 실제적으로 하는 건 전화나 안부 여쭙기 밖에 없지만..)
이 상황이 턱 막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