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게으름뱅이의 사정

꾸준히 꾸준하지 못한 사람

by 김보

“아무리 어려운 일도 꾸준히만 한다면 성공합니다.”

마법 같은 이 말에 많은 사람들이 동기를 부여 받고 희망을 얻는다. 그러나 나는 절망에 빠진다.

‘꾸준히’가 어려운 사람은요?


ENFP, ADHD, 작심삼일 인생. 어릴 적부터 유난히 끈기가 부족했다. 무슨 일이든 집중을 시작하는 데에 많은 시간이 필요했고, 집중 시간은 너무 짧았다. 크면 다 나아지겠지. 그러나 어느덧 인생의 삼 분의 일을 어른의 나이로 살았건만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ADHD는 커서 성인ADHD가 되었고, 게으름의 댓가만 어른만치 커졌다. 나의 게으름이 자기계발의 문제가 아니라 일상생활의 문제가 될 때 쯤, ‘꾸준히’는 나의 만성 노이로제가 되고 말았다. 대체 어떻게 그렇게들 꾸준히 하는건데? 세상은 게으른 천재와 꾸준한 범재를 비교하곤 하지만, 내 입장에선 ‘꾸준한’이 붙어버린 ‘범재’란 겸손, 아니 기만이었다!


혹자들은 그냥 다 게으른 사람들의 변명이란다. 게으름뱅이한테도 다 사정이 있다.

나라고 왜 노오력을 안 해봤겠는가. 엑셀로 일자별 계획표를 짜보기도 했다. 비싼 돈 주고 PT 같은 코칭을 받아보기도 했다. ‘괜찮은 서른 되기’ 같은 거창한 슬로건을 걸어보기도 했다. 다 실패했다! 단 한 번도 완주는 커녕 반 쯤 가본 적 없었고, 더욱 무서운 건 계획이 거창할수록, 마음가짐이 절실할수록 나에 대한 실망이 커졌다는 거다. 그렇게 대개 끈기를 기르는 대신 순발력을 길렀고, 학습을 쌓는 대신 직감을 쌓았다. 임기응변으로 용케 여기까지 살아오다니. 사람들은 그거 대단한 거라고 추켜세우지만, 정작 나는 아슬아슬해 미치겠다. 나의 게으름에 변명 대신 개선이 필요하다는 거, 내가 뼈 아프게 가장 잘 알고 있다.


꾸준히'를' 연습합니다.

그래서 남들이 무언가 꾸준히 연습하는 오늘도 나는 '꾸준히를' 연습한다. 뭐라도 좋다. 다이어트든 글쓰기든 공부든, 또 새롭게 계획을 세우고 다짐을 해본다. 당장 이 높은 작심삼일의 벽을 넘어내는 것이 시급하다. 구체적이되 거창하지 않게, 해본 적 없던 시도로. 나도 이번에야 말로 루틴이란 걸 가질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비록 또 소설 같은 계획을 짜고, 높은 확률로 중간에 엎어지고, 가벼운 유혹에도 자빠질 테지만 이번에는 다를 거라고 또 한 번 믿어본다. 어쩌겠는가. 나라도 날 믿어야지. 꾸준히가 어렵다면 우선 꾸준히 작심부터라도 해보겠다는 거다.


한 달 간 게으름을 연재합니다.

첫 시작은 고백이다. 오늘부터 매일 게으름에 대하여 글을 써보기로 한다. 목적은 합리화가 아니라 객관화다. 몰래 스을쩍 게을러왔던 시간들을 적나라하게 꺼내놓아본다. 한 달 간 쓰고 나면 무얼 고쳐야 할지 명확해지지 않을까. '게으름'을 '매일' 쓴다는 역설에서 어떤 인사이트를 발견할지도. 재미있겠는데? 나는 작심삼일은 싫어하지만 작심 직후의 고양감은 좋아한다. 이대로 꼭 금방 근사한 사람이 되어버릴 것만 같아서. 이번 시도도 잘 부탁합니다. 부디 지켜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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