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는 일

by 김보


타인의 못 먹는 음식을 외는 일?

필사적으로 서로의 살냄새를 맡는 일?

어떤 일에도 흔들리지 않는 신의를 증명하는 일?

하루 일과에 빠짐없이 녹여드는 일?

내 동굴을 허물고 타인의 품으로 도망치는 일?

또는 품을 만들어 타인의 아픔을 감당하는 일?

주섬주섬 취향을 꺼내어 맞대고 붙이고 포개고 뒤섞는 일?

사소한 다행과 사소한 간절함과 사소한 불안이 촘촘히 생겨나는 일?

부지런한 기록가가 되는 일?

끊임없이 심리학을 공부하는 일?

내 미래를 계획할 때 타인을 포함시키는 일?

내 몫을 일일히 떼어주는 일?

불편함을 인내하는 일?

증식하는 섭섭함과 실망들을 몰래 눌러삼키는 일?

‘너없이’를 수시로 가정해보며 하릴없이 아찔해 하는 일?

행복이나 낭만 같은 낯간지런 관념어에 의미를 부여하는 일?

강변을 걸을 때 비릿한 물냄새를 말하고, 불빛이 그리는 물그림을 말하고, 문득 크로와상이 먹고 싶어진 일을 말하고, 지나가는 강아지를 말하고, 바람이 어떻네, 꽃 모양이 어떻네, 주저리주저리 혼자일 때는 흘러가고 마는 아주 사소한 말들을 굳이 꺼내대는 일?

그리움이라는 쓰잘 데 없고 애잔한 감정을 평생 지니며 사는 일?

그리워하고, 그리워하고, 그리워 하는 일

사랑이라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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