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표를 못 찍고

by 김보

짧은 문장이 잘 읽히는 좋은 문장이라는데

내 문장은 너무 길어서 너에게 나쁜 기억이 되고


우리를 아름답게 꾸미던 낱말들이

수식할 대상을 잃고서

구차하게 와르르 쏟아지고


누가 맞고 틀리고

치열하게 다투던 기억들은

시적허용처럼 다아 부질없게 되고


어느 밤에는

네가 좋아하던 와인 이름을 기억해내서

혼자 잔에 따르고 앉아

생각을 짓고 글을 지어내고


그러다

내 글을 좋아하던 니가 생각 나

좋은 글에 대해 생각하다가


우리 더 좋을 순 없었을까,


더 좋은 이별은 없었을까,

이별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었을까,


미련이 주저리주저리

형편 없는 작가의 문장처럼

한없이 늘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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