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씨

100일간 글쓰기 15일차

by 김보


사람을 참 모르겠어. 사랑을 할 땐 더 말이야. 어떻게 하면 그 사람의 마음을 가질 수 있는지, 어떤 사람은 되게 수월했다가, 어떤 사람은 온 힘을 다해도 그저 벽처럼 느껴지는 거야. 어떤 어려운 공부도 사실 시간이 지나면 숙련도가 올라가기 마련인데, 그렇게 많은 것들을 익혀온 나인데, 사랑은 난이도가 쉬워지지를 않네. 스물 아홉을 먹어도. 아니 서른이 되어도 달라질까?


내가 못난 탓이라고 자책하고 싶지 않아 즐겨 하는 핑계는, 나랑 맞지 않은 사람이다, 그 사람이 이상한 사람이다 이런 것들. 사실 눈 가리고 아웅인데, 아무리 생각을 해도 이해가 잘 안 돼서 감이 안 와서, 그런 핑계로라도 밤새 추론을 해본다. 모든 게 쉬웠으면이라는 욕심 같은 건 아닌데, 연애게임에 타율이 높은 선수를 원하는 것도 정말 아닌데, 모든 일이 손에 안 잡히는 지경이 되면 결국엔 혼 낼 대상이 없어 나를 또 혼낸다. 내가 좀 잘하지 그랬어, 내가 좀 잘나지 그랬어. 슬프게도 혼이 나봐야 기만 죽는다.


기가 풀이 잔뜩 죽은 나는 혼자 향에 술에 노래에 취하여 지난 사랑을 복기한다. 한 수 한 수 꼼꼼히, 어떤 짧은 장면까지도 떠올린다. 다행이도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 떠올리는 것이 처음에는 가슴이 아팠다가 두번째엔 꽤 덤덤해지고, 몇 회 째엔 객관적인 시선에서 서툰 한 남자가 보인다. 서툰 남자는 혼자 사랑에 빠졌다가 혼자 이별까지 다 한다. 그러나 이 편에만 있던 혼자 마시는 김칫국이랬더라도, 그걸 사랑이 아니라 말할 수 없다. 어쩌면 어딘가 고쳐서 사랑이 시작되었다면, 내 인생의 가장 빛나는 순간일지도 몰랐을테니까. 혼자 부르는 사랑씨가 아닌 함께 나눌 사랑이가 되었을지도 모르니까. 결국 이번에도 뻔하게도, 다음에 올 더 좋은 사랑을 위한 복선이라 위로하는 수 밖엔 없다. 고생했어. 혼내서 미안. 좋아하는 재미있는 거 하면서 이제 그만 마음 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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