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 유형 그림책 2. 아나톨의 작은 냄비

예술적 감각이 뛰어난 아이

by 김혜주 비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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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벨 카리에, 씨드북, 2019)



아나톨은 그림을 아주 잘 그리고 음악을 사랑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작은 냄비가 아나톨에게 떨어지면서, 아나톨은 더 이상 평범한 아이가 될 수 없었어요. 사람들은 아나톨의 냄비가 내는 ‘돌돌돌’ 소리 때문에, 아나톨 대신 냄비만 쳐다봅니다. 냄비는 그냥 어느 날 갑자기 떨어진 것입니다. 왜 그랬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 냄비를 아나톨은 달그락달그락 끌고 다니죠.


4번 유형 아이들은 어린 시절 어느 한순간의 슬픔과 충격을 고스란히 기억합니다. 이유를 알 수 없죠. 그저 계속 생각이 나고 잊혀지지 않고 그 생각이 내면 가득 우울과 고통을 만들어 냅니다. 사소한 일로, 늦은 밤까지 자신의 슬픈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우는 아이들이죠. 그러다가 엄마가 하품이라도 하면, 내가 이렇게나 슬픈데 엄마는 어떻게 졸릴 수가 있느냐고 더욱 구슬피 우는 아이들입니다.


아나톨은 동물들에게 친절하고, 사람들에게 상냥하고, 사람들을 좋아하고, 그리고 사람들의 사랑이 필요한 아이입니다. 그러나 아나톨은 평범한 아이가 되려면 남들보다 두 배나 더 노력해야 하는데, 사람들은 그걸 모릅니다. 결국 아나톨은 사람들과의 관계에 걸림돌이 되어버린 냄비 속으로 숨어 버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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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번 유형의 아이들은 그림책 속 ‘아나톨’처럼 예술적 감각을 타고나는 경향이 많습니다. 이런 평범하지 않은 예술적 기질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들어 내죠. 무언가 독특한, 남들과 다른 점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게 됩니다. 이렇게 남들과 다른 독특함은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은 이 아이들에게 걸림돌이 되기도 합니다. 자신의 독특함이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봐 걱정하게 되죠. 가끔 자신이 다른 친구들과는 너무 달라서 오해받고 있다는 생각에 빠져들게 되기도 합니다. 이런 생각이 깊어지면 결국 자신만의 생각으로 들어가 마음의 문을 닫고 혼자 있고 싶어 하죠.


이 유형의 아이들은 자신이 이해받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면 자기의 냄비 안으로 숨어 버립니다. 아무도 나를 이해하지 못할 꺼란 생각에 침묵을 지키죠. 애써 밝은 척, 평범한 척 그렇게 자신을 숨기고 학교생활을 견디어 갑니다. 무언가 자신만의 창의성을 갖고 싶은 이들에겐 모두 같은 옷을 입고, 같은 공부를 하고, 같은 메뉴의 급식을 먹어야 하는 평범한 학교가 견디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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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번 유형에게는 이들의 감수성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하던 내면의 힘겨운 슬픔과 우울에 대하여 공감하고 냄비 속에서 나올 수 있도록 이끌어 줄 영혼의 친구가 필요합니다. 슬픔과 우울이라는 고독의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두려워하는 아이에게 그 감정을 표현하도록 도와줄 누군가가 만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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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톨은 아나톨의 냄비를 이해하는 사람을 만나서, 냄비를 가지고 살아가는 방법을 배웁니다. 그리고 아나톨이 무서워하던 것을 표현하도록 격려와 지원을 받죠. 아나톨은 냄비를 넣을 수 있는 가방이 있고, 냄비를 잘 활용하지만 냄비가 더 이상 자신의 걸림돌이 아님에도 여전히 가장 두려운 것은 냄비입니다.


4번 유형의 아이들은 평범한 사람들과 다른 독창성이 우월감을 갖게 해주는 동시에, 자신의 내면이 다른 사람들에게 이해받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이 있습니다. 그 두려움, 나를 슬프고 아프게 하는 그 기억 그 추억, 그 감정을 표현하여야 하는 타고난 예술가들입니다.


이 그림책의 작가는 장애를 가진 자신의 아이를 위해 이 그림책을 만들었습니다. 아나톨의 냄비는 아이가 가진 장애이지요. 4번 유형의 아이들이 가진 섬세한 감수성도 그걸 이해하지 못하는 어른이 보기에는 마치 장애처럼 취급될 수 있습니다. ‘너는 도대체 왜 그렇게 예민하니?’, ‘왜 그렇게 많이 우는 거니?’ ‘이제 충분히 슬퍼했잖니?’ ‘왜 또 구석에 그렇게 웅크리고 있니?’ 이런 상처 주는 말들로 아이를 다그치게 됩니다. 4번 유형의 아이를 양육한다면, 기억해야 합니다. 충분한 슬픔이란 4번 유형에게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림책의 마지막, 작가의 말에서 아나톨의 냄비 안에는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담겨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묻습니다. 우리도 그런 냄비를 하나씩 가지고 있지 않느냐고 말입니다. 우리 안에도 모두 감당하기 어려운 슬픔이나 고통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부정적인 감정들을 표현해 낼 때 우리 내면의 예술적 감수성이 드러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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