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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고기자리 Oct 14. 2020

스스로 만들어야 하는 시대

그녀는 말했다. "그래, 이제는 스스로 자기가 뭔가를 만들어야 해. 기회가 그냥 오진 않아"라고.


퇴사를 권유하는 사람도, 퇴사를 감행하는 사람도, 코로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직장을 잃은 사람도 많은 요즘이다. 처음에 <불타는 청춘>에서 양수경 님의 입에서 나온 저 말을 듣고 나 홀로 일하는 사람, 그러니까 프리랜서에게만 해당되는 말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오늘날 우리 모두는 이미 그러한 무대 위에 살고 있다.


회사에 다닌다고 언제까지 안전할 것인가. 회사 안에서도 자신의 강점을 내어 보여야 하는 순간이 분명 찾아올 것이다.


우리는 자기 스스로 뭔가를 만들어내지 않으면 안 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출판 번역가로서의 삶은 뭔가를 만들어내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구인란을 찾아 전전하며 이력서를 보내고 답을 기다리고 혹은 외서 기획서를 작성해 출판사에 보내고 답을 기다리는 것 따위가 전부 그러했다.


처음에는 어느 정도 일을 하면 이 과정이 자리를 잡을 거라 믿었다. 순진한 착각이었다.


물론 두 번의 출산과 육아라는 산맥 때문에 오르막 곡선이 다시 내리막을 그리는 경험을 해야 하기도 했지만 비단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내가 이제껏 함께 한 출판사나 에이전시의 수는 15곳이 넘는다. 그렇게 자꾸 바뀐 데에는 나의 탓도 그들의 탓도 있겠지만 어쨌든 내가 상상하던 안정적인 클라이언트 따위는 없었다. 그 사실에 좌절한 때도 있었다. 이 바닥은 어쩔 수 없는 것인가, 나의 실력 부족 탓인가 머리를 쥐어뜯어보기도 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는 생각이 바뀌었다. 코로나의 영향도 컸을 것이다.


어차피 자고 일어나면 또 무언가가 바뀌어 있는 세상. 어느 것 하나 안정적인 건 없었다. 오늘 나에게 일을 준 출판사가 언제 문을 닫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안정을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었다.


그래서 나는 올해도 새로운 출판사 두 곳과 거래를 텄다. 내가 만들어낸 기회였다. 가만히 있었으면 오지 않았을 기회였다. 초보 딱지를 뗀 나의 모습, 발전한 모습으로 산뜻하게 출발하는 관계는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하지만 내년에는 또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내년을 무작정 긍정하지는 않는다. 올해의 경험을 바탕으로 내년의 경험을 예측할 수 없는 게 프리랜서의 생활이다.


내년에는 또 다른 기회가 찾아오도록 또 뭔가를 만들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게 뭐가 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자고 나면 바뀌는 세상 속에 답이 있을 거라 믿는다.




코로나는 분명 우리에게, 특히 자영업자에게 많은 고민거리와 생각할 거리를 안겨주었다. 하지만 그 전에도 프리랜서의 밥벌이를 둘러싼 고민은 늘 존재했다.


지난 10년 동안 일감을 찾아 각자도생 하는 과정에서 나는 기회를 찾아 나서는 과정도 프리랜서 생활의 일부였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부담과 스트레스가 수반되었던 이 과정을 내가 어느덧 즐기고 있다는 것 또한 자각하게 되었다. 나는 또 무엇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마음이 향하는 곳으로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는 내 뒷모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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