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생긴 거랑 다르게 되게 성실하다."
누군가에게 들은 말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으나 족히 10년도 전의 일이었다는 건 기억난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그대로이니 아무래도 성실함은 부모님에게서 물려받은 타고난 성정인가 보다. 성실해서 손해 본 적은 없으니 부모님에게 감사해야 하려나.
물론 말하는 사람은 칭찬이 아니었을 테고 나 역시 살짝 기분이 나빴던 걸로 기억한다. 성실하다는 것은 과연 칭찬일까 욕일까? 성실함은 축복일까 저주일까?
패스트푸드, SPA 브랜드가 난무하는 21세기에 성실함은 가장 시대착오적인 단어일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천마리의 학을 고이 접어 선물하는 등 사랑에도 성실함이 요구되던 때와는 달라도 너무 다른 시대다.
성실하다는 말이 언짢게 들릴 수 있는 세상이지만 내가 번역가로 자리 잡은 데 일조한 자질을 단 하나만 꼽으라면 그것 역시 성실함일 것이다. 실력이 향상되었을 때에도 운이 따랐을 때에도 그 밑바닥에는 성실함이 있었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니다. 우리 눈에 갑자기 성공한 듯 보이는 사람들의 삶에도 성실함은 늘 따라다녔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슬아다. 돈이 되든 안 되든 알려지든 그렇지 않든 그녀에게는 성실하게 글을 쓰던 시절이 있었다. 그건 유명해진 지금도 마찬가지다.
성실한 사람은 자신의 기초 체력을 튼튼하게 만든다. 그 결과 자신의 분야에서 경력을 쌓고 또 가끔은 우뚝 솟을 뿐만 아니라 조금 수가 틀어지더라도 쉽게 좌절하지 않는다.
내가 지난 10년 동안 번역계라는 단단하지 않은 땅을 성실성 하나로 버티면서 얻은 교훈이다.
결론은, 나는 앞으로도 쭉 성실할 거다. 누군가는 비웃을지 모르고 그렇게 성실하기만 해서 어떡하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다른 자질도 있으니 나를 믿고 가볼 거다.
잘 나가는 유튜버나 인플루언서들도 알고 보면 정말 열심히 일한다. 영상을 찍고 편집하고 올리는 품이 많이 드는 그 작업이 성실함이 없다면 애당초 가능한 일이겠는가.
어느 날 갑자기 잘 되는 일은 없다. 설령 그래 보일지라도 무슨 일을 하든 우선은 성실함을 장착해야 한다. 기본을 잊지 말자.
내가 왜 계속 지망생에만 머물러 있는지, 도대체 언제 그 딱지를 뗄 수 있을지 고민인 사람이라면 지금이야말로 내 안의 작은 성실함을 내어보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