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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고기자리 Oct 16. 2020

나를 알아봐 주는 사람을 만난다는 건

그래도 번역가로 살겠다면

얼마 전 내가 3년 전에 쓴 전자책 <그래도 번역가로 살겠다면>을 검색해 보았다. (내가 쓴 책 관련 글은 https://brunch.co.kr/@gimi7oli9/9)


한 달에 세네 권씩 팔리는 이 책을 읽어주는 이가 있나 싶어 오랜만에 검색해 본 것인데 대부분이 책이 출간된 2017년 무렵의 글이었던 반면 최근에 쓴 듯한 리뷰가 하나 있었다.


https://m.blog.naver.com/hadabomw/222043842416


이 분이 내 책을 접한 계기가  내 역서를 통해서라니 신기했다. <긱 이코노미>라는 책의 역자 소개란에 내 저서를 한 줄 넣은 게 홍보가 되었을 줄이야.




번역을 마치고 나면 출간 직전에 출판사나 에이전시 측에서 보통 역자 소개를 달라고 한다. 처음에는 그냥 학력과 역서 목록만 넣었는데 다른 번역가들의 재치 넘치는 소개를 본 이후로는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기도 했다. 그러다가 역시 너무 아닌 것 같아 간단하지만 나를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없을까 싶어 결국 고심한 끝에 아래 한 문장을 써넣었다.


"책이 좋아 글이 좋아 5년 동안 다닌 직장을 그만두고 번역가가 되었다."


그런데 특별할 것 없는 이 문장을 나의 바람대로 특별하게 읽어준 독자가 있었다.


역자 소개에 빠져 내 책을 두 권 다 읽기로 했다는 말에 독자로서의 내 모습이 그려졌다. 나 역시 누군가의 문장 하나에 끌려 그 저자의 책을 전부 읽어보는 경험을 수두룩히 했으며 또 지금도 하고 있지 않은가.


게다가 문학적으로 쓴 나의 글을 읽고 싶다며 아예 에세이도 한 권 써달라는 부탁까지!! 이렇게 과분한 상찬을 받을 자격이 있을까 싶게 고마웠다.


사실 이 책은 실용서에 가깝게 썼기 때문에 언젠가 나의 직업을 조금 더 자유롭게 풀어놓은 에세이를 써 보고 싶은 바람은 늘 간직하고 있었다. 내 문체에 더 잘 맞는 말랑말랑한 내용을 담아. 그 리뷰를 읽고 나니 한 시절 나의 노력이 또 지금의 나의 노력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 짓은 아니구나 싶어 마음이 따뜻해졌다.


나를 알아봐 주는 누군가를 만난다는 건 나의 마음이 누군가에게 가 닿는 신비로운 경험이다. 지금 잘하고 있다고 지금처럼만 하면 된다고 영혼의 토닥임을 건네주는 손길은 그 어떤 비단보다도 부드럽다.




사실 나는 이 책을 홍보하는 데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았다. 내가 뭐 대단한 책을 쓴 것도 아니고 읽어주면 감사할 뿐, 뭐 그런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번 리뷰를 보며 그게 아닐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썼을 당시에 나름의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었던 나를 떠올리니 마음 한 구석이 아렸다.


물론 아직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에 책을 내놓고도 사람들이 너무 많이 읽을까 봐 두려워한 기이한 심리도 한 몫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콘텐츠 중 내가 과연 양질의 콘텐츠를 내어놓았는지 지나친 자기 검증을 한 탓도 있었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고 처음부터 완벽할 순 없다. 내가 3년 전 그리고 2년 전 내놓은 책들은 내가 앞으로 밟고 일어설 디딤돌, 혹은 건널 징검다리 정도가 아닐까 싶다. 이 디딤돌을 딛고 이 징검다리를 건너 나는 앞으로 쭉 나아갈 것이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일단 링크를 걸어두는 걸로 시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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