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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고기자리 May 19. 2022

이사 가요

이사가 열흘도 안 남았다. 코로나 한가운데서 어렵사리 집을 장만했고 약간 수리를 본 뒤 다음 주에 드디어 들어간다.


쥐, 바퀴벌레를 비롯한 온갖 버그들과의 잔치도 이제 끝이다. 지긋지긋했던 시간이었지만 한편 돌아보면 아이들이 많이도 자란 2년이었다.


코로나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뉴욕의 코로나 확진자가 다시 급증하고 있는 요즘이지만 삶은 그렇듯 늘 전진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째깍째깍 잘도 간다.


요즘 내 시간은 아이들의 시간에 맞춰 흐른다. 일을 하는 시간도 밥을 하는 시간도 잠을 자는 시간도. 벅차지만 내려놓을 수도 없어 가끔은 숨이 확 막히는 역할 속에 산다.


20대의 나는 이런 삶을 상상도 못 했다. 내가 누군가의 엄마가 되고 또 그 아이들 때문에 아프지도 못할 존재가 될 줄은. 무엇보다도 그 아이들의 아픔과 슬픔에 함께 아파하고 슬퍼하게 될 줄은.


엄마 아빠가 마련한 집에 선택권 없이 얹혀살던 시절을 지나 내가 직접 선택한 집에 오롯이 내 의지로 들어간다는 건 한 인간의 인생에서 무수히 많은 의미를 지니겠지만 엄마가 된 이후 나를 거쳐간 수많은 선택들이 그랬듯 완벽하지도 후회가 없지도 않다. 때로는 선택들에 떠밀려 가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최선의 선택을 하려다 최악의 선택을 하기도 한다. 자책의 시간에 오래 머물지 않을 수 있었던 건 그보다 한참이나 앞질러 나간 모든 일정들 덕분이었을지도.


돌아보면 우리 삶도 그렇다. 지나친 고민은 약보다 악이더라. 고민한 시간들이 의미 있어지려면 적당한 선에서 멈출 줄 알아야 하는 법. 알고 있던 사실도 굳이 한 번 넘어져봐야 깨닫는 어리석은 우리다. 나만 그럴지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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