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나에게 가장 자주 하는 말은 "아이 러브 유"에 이어 "유 돈 라이크 미?"다.
내가 조금 섭섭하게 하거나 심지어 정말 별거 아닌 일에도 "유 돈 라이크 미?"를 남발하는 아이들을 볼 때면 속으로는 열불이 난다. 엄마를 협박하는 건가, 그런 말을 하면 엄마가 마음이 약해져서 저희들이 원하는 걸 전부 들어줄 거라 생각하는 건가?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린이의 말>의 어린이들처럼 아이들은 정말로 그렇게 느낄지도 모른다.
실제로 내가 조금만 인상을 구겨도 아이들은 앞다퉈 말한다.
"Angry face 하지 마."
"엄마 왜 안 웃어?"
"안아줘."
어른의 가슴이나 허리께에 오는 눈높이로 세상을 보는 아이들. 압도적인 사이즈의 내가 아이들에게는 사랑스러운 존재인 동시에 위압감을 안기는 존재일 수도 있다.
며칠 전 드디어 제대로 된 학교에 들어간(미국에서는 유치원부터 정식 학교로 친다) 입학한 둘째 아이는 첫날, 당당하게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나와서는 무섭다며 안 들어가겠다고 버텼다. 뭐가 무섭냐고 달래고 얼렀지만 아이의 눈으로 선생님을 바라보고 다른 친구들을 바라보니 무서울 수 있겠구나 싶었다.
저 안으로 들어가면 누가 날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고, 선생님은 어떤 어른들인지 모르니 왜 안 무서울까. 그때의 나로 돌아가서야(사실 기억도 안 나지만) 아이를 둘러싼 세계가 얼마나 갑작스럽게 확장되고 있는지 보인다. 지금의 나 역시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최대한 망설이는데, 아이라고 갑자기 없던 용기가 생길 리가. 아이가 무섭다고 하면 최대한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생각하며 이해해 보는 수밖에. 그러다 보면 어느새 훌쩍 자라 있을 걸 알기에 안아달라고 할 때, 마음껏 안아주는 게 지금의 내 역할이자 권리일 터.
오늘도 아이들은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인형을 정리하라고 해도, 아이스크림 그만 먹으라 해도 "유 돈 라이크 미?"를 남발한다. 똘망똘망한 고양이 눈을 하고서.
그런다고 속을 엄마는 아니다만 이제는 내 맘 편하자고 이렇게 해석한다.
"엄마, 난 약한 존재이니까 더 많이 사랑해 주세요."
이제 너무 잘 안다. 더 약한 존재가 뒤바뀌는 것도 한순간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