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와 감수성은 정비례하는 것일까
한 5년 만에 원래 다니던 치과에 갔다. 원래 살던 동네에 있는 곳인데, 이사하고 취업하면서 그동안 아쉬운 대로 직장 근처에 있는 곳으로 다니다가 이번에 퇴사하고 여유가 생긴 김에 다녀와야겠다고 결심했다. 버킷 리스트도 아닌데 이 치과에 가는 걸 결심까지 해야 했던 이유는 여길 갈 때마다 대체로 평균 30만 원 이상은 긁었던 것 같은 기억이 있어서다. 의사 쌤의 과잉 진료 때문은 절대 아니고 단순히 이제는 더 이상 뜯어고칠 게 없을 것이라는 나의 바람을 깨부수는 내 치아 덕분이다. 일단 다행히 이번에는 돈이 와장창 깨지지 않았다!-스케일링만 하면 된대서 박수칠 뻔-
치과 가는 길에는 지각할까 부랴부랴 가느라 몰랐는데, 진료 끝나고 병원 밖을 천천히 걸으니 기분이 좀 싱숭생숭했다. 변한 듯 안 변한듯한 동네가 신기하면서도 낯설었다. 정말 여기서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2/3을 다닌 걸까 싶은 이상한 느낌적인 느낌. 무튼 이 동네가 내 성장기의 오만가지 감정과 추억이 가득한 곳임은 확실하다.
산책 겸 살던 아파트와 졸업한 초등학교, 중학교를 가볼까 했는데 발걸음이 안 떨어져서 그냥 집으로 바로 돌아왔다. 갑자기 부재의 여운이 사무쳐서. 그때는 가족이 다섯이었는데 지금은 셋이다. 먼저 떠나 이제는 곁에 없는 분들에 대한 애증의 기억 탓인지 괜히 센치해졌다. 나이와 감수성은 정비례하는 것일까. 가을을 이렇게도 타나 싶은 날이었다.
다음 진료 예약 때 이날 못한 산책 해치워야지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