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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또 Oct 06. 2019

차기 대통령은 나야 나 나야 나

[넷플릭스] 더 폴리티션 시즌1(2019)

저 페이튼 호바트, 당선만을 위해 살아왔습니다..!

유복한 집안에 입양돼 부족함 없이 자란 페이튼 호바트(벤 플랫). 어렸을 때부터 그의 꿈과 목표는 오로지 하나였다. 바로 대통령이 되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하버드에 입학해야 하고, 그전에 먼저 세인트 서배스천 고등학교의 학생회장이 되어야 한다.


충직한 팀 페이튼: 참모 제임스, 퍼스트레이디 앨리스, 참모 매커피

그런데 대통령이 되기 위한 첫 번째 관문인 고등학교 학생회장 선거가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정적은 당연하고 러닝 메이트에 참모 내지는 보좌관들까지 아주 그냥 사방이 지뢰밭. 이론과 실전은 다르다지만 왜 때문에 당선은 이다지도 요원한 꿈같은 것인지. 역사를 빛낸 위인들의 전기를 탐독하며 승리로 가는 지름길이 될 전략들을 치열하게 구상하고, 하버드 입학처장도 말발로 조져버렸는데-실로 “아임 척 배쓰” 이후로 간만에 보는 배포- 다 무쓸모가 될 판이다. 과연 페이튼은 학생회장 자리에 앉아 성공적으로 고등학교 생활을 마칠 수 있을까.


정치판 조기 교육은 고등학교에서부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폴리티션’은 ‘glee’에 나온 고등학생들이 ‘VEEP’을 찍는다면 나올 법한 드라마다. ‘글리’ 제작자의 신작이니 ‘글리’ 냄새가 나는 건 당연한 수순일 수도 있지만 일단은 재미있다. 미국 정치 알못이어도 피식피식 웃게 되는 정치 풍자도 제대로다. 배경이 캘리포니아 부촌이라 눈도 즐겁고, 토니 어워즈 남우주연상에 빛나는 남주 벤 플랫의 뛰어난 노래 덕분에 귀도 호강한다.


할머니의 거친생각과 페이튼의 불안한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인피니티

입체적이고 개성도 뚜렷한 캐릭터들이 등장해서 따발총 같이 대사를 치느라 살짝 피로해지는 구석도 있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막장 MSG는 약하고 밍밍한 편.-안 자극적(X), 덜 자극적(O)-


부내가 진동하는 명문 사립 고교의 본격 정치 암투를 기대했다면 살짝 실망할 수도 있다. 페이튼의 학생회장 도전기는 러닝 메이트 인피니티 잭슨(조이 도이치)이 대리 뮌하우젠 증후군(자신이 누군가 아픈 사람을 극진히 간호하는 모습을 보여 타인의 관심과 칭찬을 얻으려는 유형의 정신질환)의 피해자였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뛰는 놈 위의 나는 놈일 것 같던 페이튼의 정적 아스트리드 슬로언(루시 보인턴)이 자아 찾기에 나서면서 별 다른 카타르시스 없이 일찍 막을 내리기 때문.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시즌 2를 위한 빅 픽처였다.


패기의 팀 페이튼은 정치 짬바 낭낭한 2인조를 무찌를 수 있을 것인가

무대는 이미 캘리포니아에서 뉴욕으로 옮겨진 상태. 과거의 동료와 라이벌로 새롭게 셋 업된 팀 페이튼은 부동의 입지를 지닌 상원의원과 맞붙을 예정이다. 당연히 쉽지는 않겠지만 세인트 서배스천에서 본 이들의 모습을 생각하면 충분히 흥미진진한 싸움이 될 것 같다.


절친(불장난 상대)이었던 리버, 먼저 떠나더니 페이튼의 그림자가 됐다

페이튼은 왜 대통령이 되고 싶은 걸까. 멍청한 쌍둥이 형들의 괴롭힘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걸 보면 입양아라는 사실이 콤플렉스가 됐다거나 하는 일도 없어 보이는데. 야망과 권력이 너무 좋아서 그런가.


시즌 1만 봤을 때는 그 명확한 이유나 답을 찾을 수 없다. 다만 뼛속까지 정치가인 페이튼이 자신은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는 척만 한다는 것을 진심으로 깨닫고, 상냥하면서도 철저히 계산적인 그가 “난 좋은 사람은 아니지만 좋은 일을 하고 싶다”라고 말하는 장면을 통해 이 캐릭터의 활약을 기대하게 만들 뿐. 페이튼이 ‘지정 생존자’의 톰 커크먼(키퍼 서덜랜드) 같은 유니콘 스타일의 캐릭터가 아닌 건 확실한 듯하니, 좋은 방향이든 나쁜 방향이든 좀 더 흥미로운 쪽으로 움직여줬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내년에 넷플릭스가 ‘더 폴리티션’ 시즌 리뉴를 또 해주면 페이튼이 상원의원을 넘어 부통령도 되고, 대통령이 되는 것도 볼 수 있지 않을까. 그 과정에서 페이튼 혹은 다른 구성원을 바라보며 ‘망할 놈아 망하지 마’라고 외치게 될 내 모습이 벌써부터 눈에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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