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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를 찾는 이유

를 또 찾고 있네. 주의요망

by 김팔

인과라는 것이 얼마나 명쾌한지.

잔잔한 호수에 비친 산봉우리와 청명한 하늘을 넋 놓고 바라볼 때의

마음의 평화를 인과는 보장해 준다.

나에게 인과를 안다는 것은 그렇게나 의미 있는 일이다.


몇 시간, 며칠, 몇 달 나아가 수년동안 어떤 이유를 찾기 위해 침잠하는 것은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아주 중요한 교두보라고 느껴진다.


문제는,

오랜 기간 실마리조차 잡지 못하는 어떤 이유들은

나를 바보로 만들기도 한다는 것인데.

세상에는 이유를 알기 어려운 아름다운 것들이 정말 많다는 점이,

문제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다.


이유 없는 아름다움은 알 수 없는 이유로 너무나도 매혹적이지만,

때때로 무심하게 내 앞을 스쳐 지나가곤 한다.

흘러가는 원인 모를 아름다움의 뒤꽁무니를 나는 무기력하게 바라볼 뿐이다.


손 내밀어 아는 체할 생각을 못해서,

그런 생각을 했어도 행동할 용기가 없어서,

언제든 곁에 있으리라는 헛된 희망을 품고서,

갖가지 핑계로 나는 다시, 원대한 어떤 이유를 찾는 일에 시선을 돌린다.

무언가 놓친듯한 헛헛한 마음으로.


부모님의 사랑,

마침 제 시간이 찾아온 목련,

퇴근길에 마주하는 차분한 도시의 불빛,

엄마 손을 잡고 깡총깡총 뛰어가는 유치원생 아이,

참으로 많은 것들이 명확한 이유 없이도 찬란하게 빛을 낸다.


그 미지의 아름다움은 나를 벙찌게 만들고서도

여전히 해맑은 미소를 보여준다.

도저히 사랑할 수밖에 없는 무해한 웃음을.


때로는 고개를 돌려 정체 모를 사랑스러움에 눈길을 주자.

그저 같이 웃자.

퇴근길 버스 창문을 보고 어색하게나마 웃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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