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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묘한 Apr 25. 2024

기묘한 브런치 ep.041

기묘한 마요네즈

'뭐지, 이 고국의 맛은?!'

미국에서 처음 맛봤던 이 샐러드에서는 익숙한 맛이 났다. 느끼함을 달래줄 유일한 소스는 타바스코와 스리라차였는데, 이건 느끼한데 느끼하지 않은, 카테고라이즈하기 어려운 부분 어딘가에 있었다. 마요 같긴 하지만, 마요는 아니고, 쿰쿰한데 치즈만으로는 내기 힘든 쿰쿰함이었다. 알싸함도 상쾌함도 있었는데, 초록이들 위에는 늘 구운 베이컨과 크루통이 있었고, 구운 닭가슴살이 곁들여져 나오기도 했다. 나중에 알게 된 그 쿰쿰함은 앤쵸비, 알싸함은 마늘, 상쾌함은 와인식초와 레몬즙이었는데, 우리에게 익숙한 젓갈의 향과 마늘의 매운맛에서 익숙한 DNA를 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거의 모든 테이블에서 시키는 애피타이져, 정말이지 산 만큼 나와서 결국 다 먹지도 못할 지경으로 서브되는 이 메뉴는 시저 샐러드였다. 커다란 돌 같은 스테이크를 먹으면서 스스로 위안이라도 하듯 시키는 이 샐러드는 애피타이져로 보다는 한 끼의 식사로 참 훌륭했다. 시저 샐러드는 로메인을 드레싱에 미리 버무려 서브되는데, 그래서 내 입맛대로 먹는 건 쉽지 않았다. 가장 먹고 싶은 미국 음식이 무어냐고 묻는다면 난 tex-mex나 쌀국수, 커리, 시저 샐러드를 꼽는데, 사실 그중에 진짜 미국 음식은 시저샐러드 하나이다.


가장 최근에 갔던 미국에서의 첫 끼니는 어릴 적에 참도 좋아했던 프랜챠이즈 식당이었다. 시저 샐러드를 시키고는 두 입 정도 먹고 다 두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원래 이렇게 짰던가...


그래서 난, 또, 만들 수밖에 없었다. ㅋㅋㅋ 마요네즈가 필요한 시기에는 마요네즈를 만든 다음에 거기에 재료를 추가하여 시저 드레싱을 만들고, 마요네즈가 필요 없을 때는 바로 시저 드레싱을 만든다. 다 귀찮다면 질 좋은 마요네즈에 재료를 추가해 간단하게 만들기도 한다.


우리가 먹는 시판 마요네즈의 백라벨을 보게 되는 날은 기묘한 마요네즈를 맛보는 그 순간일 것이고, 모든 시판 드레싱을 의심하게 되는 날은 기묘한 시저 샐러드를 맛보는 그 순간일 것이다. 그러니, 편하게 살고 싶다면 이 레시피는 그냥 스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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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마요네즈>


재료: 난각번호 1번 무항생제 달걀 노른자 3개, 유기농 식물성 오일(카놀라유, 해바라기씨유 등) 300ml, 화이트와인 비네거 1Ts, 디죵 머스터드 1ts, 레몬 1/2개 분량의 레몬즙, 소금 한 꼬집, 후추 한 꼬집, 그리고 핸드 블렌더


- 마요네즈는 별게 없다. 재료가 생명.

- 달걀이 작다면 노른자 4개를 쓴다.

- 오일은 올리브오일이나 코코넛오일, 참기름, 들기름 같은 향이 강한 오일만 아니라면 다 좋다.

- 핸드 블렌더가 없다면 거품기를 쓴다. 팔운동한다고 생각하자. :)

+ 생 허브를 더해 나만의 마요 드레싱을 만들어도 좋다.


1. 노른자 3개, 오일 100ml를 블렌딩한다.

2. 1이 잘 섞여 꾸덕한 마요의 질감과 예쁜 연노란색이 나오면 오일 100ml를 더해 블렌딩한다.

3. 2가 잘 섞이면 나머지 오일 100ml와 비네거 1/2Ts을 블렌딩한다.

4. 3이 잘 섞이면 나머지 비네거 1/2Ts과 디죵 머스터드, 레몬즙, 소금, 후추를 넣고 블렌딩한다.

5. 간을 보고 레몬즙, 소금, 후추를 추가한다.


- 핸드 블렌더 없이 거품기로 만든다면 오일을 조금씩 (약 1Ts씩) 넣어가며 멈추지 않고 계속 저어 만든다.

- 시저 드레싱 레시피는 #기묘한레시피_ep042 에 이어서.

마요네즈와 시저드레싱-

기묘한 마요네즈로 만드는 시저샐러드(다음 레시피에-)

신선함 그 자체-

기묘한 마요네즈로 만드는 시저샐러드 드레싱-

와인과도 좋은 궁합-

프레쉬-

홈메이드 돈까츠와도-

꾸덕-

샐러리와도-

냠-


로제 와인과도-

오렌지 와인과도-

당근에 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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