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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묘한 May 09. 2024

기묘한 레시피 ep.045 & 와인 페어링

기묘한 쌀국수 (Phở gà)

먹고 마시는 데 진심이야-

내가 먹고 마시는 데 진심인 건 이제는 내가 모르는 사람까지 다 아는 사실이 되어버렸다. 그중에서도 진심인 요리가 몇 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가 PHO, 쌀국수이다. 깨끗하고 맑은 국물 혹은 진하고 깊은 국물, 부드럽게 훌훌 넘어가는 쌀로 만든 국수, 지역마다 다르지만 아삭아삭 씹히는 숙주와 나의 극호 향신채 고수가 더해져 그야말로 기묘하게도 황홀한 한 끼, 베트남식 쌀국수.


베트남은 가보지 못했지만 미국에서 유럽에서 일본에서, 어느 나라든 여행을 가면 그 나라의 베트남 식당을 방문한다. 차이나타운만큼은 아니지만 베트남식당은 어느 나라에나 있고, 거의 대부분 베트남인들이 운영하고 있어서, 그들이 어느 지역 출신이냐에 따라 그 맛이 달라진다. 베트남의 남부 사람들이 진하고 기름진 스타일을, 북부 사람들이 담백한 스타일을 좋아한다고 한다. 재밌게도 미국의 경우 서부는 베트남의 남부와도 같은, 동부는 베트남의 북부와도 같은 스타일의 Pho가 분명하게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도 서울에 많은 맛집들이 있고, 여행을 하다보면 이제는 시골 큰 시장에는 무조건 베트남 식당이 있다. 현지화된 서울의 식당들과는 아주 다른 매력의 찐 베트남 식당. 놓치지 않고 꼭 가서 베트남인들에 둘러쌓여 꼭 쌀국수를 먹고 오는데, 그누구도 내가 한국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늘 여행하는 기분이다.


그 식당들 바로 근처에는 베트남 마트가 있다. 이미 코가 반응하기 때문에 절대 놓칠 수 없다. 베트남인들이 먹는 현지의 건쌀국수와 액젓, 베트남 고추, 고수, 라임을 꼭 구입한다. 쌀국수는 한국마트에서 파는 그것과 이상하게 식감이 다르고, 액젓도 그들의 것이 내는 특유의 향이 있다. 베트남 고추는 요즘 마르쉐에서도 찾을 수 있지만, 한 번 눈에 들면 안 사올 수가 없다. 고수와 라임은 이제 쉽게 구할 수 있지만, 퀄리티나 핸들하는 사이즈, 가격이 서울의 마트와는 다르다. 웬만한 향신료들은 기묘한 꺄브에서 공수한다.


소고기(Phở bò)나 해물 쌀국수(Phở hải sản)도 있지만, 역시 내가 가장 선호하는 건 치킨 베이스의 쌀국수(Phở gà)이다. 가볍지만 깊고, 깔끔한 매력의 기묘한 쌀국수. 요즘처럼 일교차가 심하고 감기기운이 있을 때 완벽한 따뜻한 국물, 그리고 충분한 채소와 탄수화물, 단백질을 골고루 섭취할 수 있는 훌륭한 한 끼. 집에서 만나자. :)


<기묘한 쌀국수>


- 육수 재료: 무항생제 홀 치킨 1마리, 양파 1개, 마늘 5알, 대파 3뿌리(뿌리와 흰부분), 다시마 2장, 생강 1개, 당근 1/2개, 통후추 1ts, 건표고 3개, 월계수잎 2장, 정향 2알, 팔각 1개, 시나몬스틱 1개, 코리앤더 씨드 1ts, 펜넬 씨드 2ts, 고수 3뿌리(잎은 따로 준비하고 줄기와 뿌리만 쓴다.)

- 양파 절임 재료: 양파 2개, 기묘한 피클 쥬스 1컵(#기묘한레시피_ep015)

- 나머지 재료: 쌀국수, 숙주, 베트남 액젓, 레몬(혹은 라임) 1/2개, 고수 잎, 베트남 고추(레드 1개, 그린 1개)


1. 양파를 얇게 슬라이스하고 기묘한 피클의 쥬스를 충분히 넣어 반나절 절인다.

  - 기묘한 피클이 없다면 식초 1/2컵, 베트남 액젓 1Ts, 레몬즙 1Ts, 사탕수수 원당 1Ts 혹은 매실즙 2Ts를 잘 섞어 피클 쥬스를 대신한다.

2. 닭을 깨끗이 씻고, 손질을 한다. (엉덩이 쪽 지방과 날개 끝부분, 내장을 깨끗이 제거한다.)

3. 육수 재료 중 닭을 제외한 모든 재료를 삼베주머니에 넣어 준비한다.

4. 큰 팟에 1과 2를 넣고 모든 재료가 잠길 정도로 물을 충분히 붓는다.

5. 40분 정도 끓이고 닭을 건져 가슴살, 다리살 정도를 발라 고명으로 쓰고 나머지는 다시 육수에 넣어 20분을 더 끓인다. - 중간중간 거품을 계속 걷어낸다.

6. 그동안 찬물에 쌀국수를 넣어 불리고(약 20분), 숙주는 뜨거운 물에 소금 1ts을 넣고 5~10초 정도 데쳐낸다.

7. 체에 깨끗한 육수만을 걸러낸다.

8. 깨끗한 팟에 6을 넣고 베트남 액젓과 반나절 절여둔 양파 절임의 쥬스로 입맛에 맞게 간을 한다.

9. 불린 쌀국수를 체에 넣고 8의 육수에 살짝 토렴한다.

10. 볼에 쌀국수에 육수를 담고 숙주, 고수 잎, 닭고기, 챱한 베트남 고추를 담는다.

11. 레몬(혹은 라임)은 10과 함께 서브하여 먹기 직전 즙을 짜서 먹는다.

12. 양파 절임은 사이드 디쉬처럼 먹거나 입맛에 맞게 쌀국수에 넣어 먹는다.


+ 고기 러버라면 차돌박이를 준비한다. 처음부터 같이 끓이면 육수가 탁해지기 때문에 구워서 토핑으로 곁들인다.

+ 스리라차나 타마린드 소스를 곁들여도 좋다.

쌀국수의 생명은 그야말로 쌀국수이다. 기회가 된다면 현지인들이 먹는 쌀국수를 구해 만들어보자.


신선한 고수와 베트남 고추는 훌륭한 킥이 된다.

빠지면 아쉬운 양파 절임.

타마린드 소스와 스리라차 소스를 더해 만든 양파 절임은 쌀국수에 또다른 풍미를 준다.


번외. 차슈가 올라간 쌀국수-


이렇게 불향을 입혀-

닭고기 쌀국수와는 또다른 맛-

차슈가 올라간 쌀국수에는 스리라차만을 더한 양파절임이 더 좋은 옵션. :)

국물을 매콤하게 낸 뒤 타히니를 더해 먹으면 또다른 맛!! (해장용으로 몹시 훌륭해요) :)

그 베이스에 고추기름을 똑똑 떨어뜨려 먹으면... 다시 와인 한 잔-

치킨 스톡 대신 기묘한 빌드업 수육 (기묘한레시피 ep.056)의 육수로 만든 쌀국수도 엄청나다. :)

기묘한 와인 페어링: 깊지만 깔끔한 육수가 매력적인 기묘한 쌀국수 Phở gà는 은은하게 올라오는 향신료들의 향을 머금은 깨끗한 닭육수와 매력적인 고수의 향, 알싸한 베트남 고추가 어우러진다. 그 다양한 맛과 향에는 이탈리아의 피노 그리지오가 좋은 마리아쥬를 보인다. 다른 나라에서도 피노 그리라는 이름으로 생산이 되는 품종이기는 하지만, 이탈리아의 동북부 프리울리베네토 등에서 생산되는 피노 그리지오가 과일향도 허브향도 강하지 않지만 아주 신선하면서도 은은하고 적당하게 나며 산미도 좋은 깔끔해서 Phở gà와 참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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