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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묘한 May 14. 2024

기묘한 레시피 ep.046 & 와인 페어링

기묘한 스콘

부엌은 내 놀이터

쌀쌀한 바람이 아침저녁으로 불어대고, 반갑지 않은 손님은 일주일 넘게 떠날 생각 없이 머무르고 있다. 한낮의 따스한 햇살만 있어줘도 견딜만한데, 그렇지 않은 날은 햇살 한 스푼을 대신할 무언가가 필요하다.


커피를 못 마신지 두어 달이 되어가면서, 안 그래도 꽉 차있던 tea 선반이 넘치기 시작했다. 인위적인 단맛을 내는 가향차는 싫어하지만, 블렌딩을 잘 하는 브랜드들의 가향차는 상당히 매력적이다. MARIAGE FRÈRES, Harney & Sons, Twinings, DAMMANN FRÈRES 정도를 좋아하는데, 우아한 티 본연의 향과 맛에 각 브랜드만의 블렌딩 기술이 더해지면 정말이지 아름다운 작품 하나의 역할을 온전히 해낸다. 때로는 클래식 티에 갖고 있는 다양한 향신료들로 나만의 차를 블렌딩해서 마시기도 한다. 그날의 날씨, 컨디션에 따라 필요한 허브를 가감하여 마시는데, 그야말로 세상에 하나뿐인 기묘한 tea가 된다. 온 세상이 나의 놀이터이지만, 나의 부엌만큼 내가 자유로워지는 공간은 드물다. 


향긋한 티, 그중에서도 얼그레이나 레이디그레이를 마시고 있자면 꼭 기묘한 밀크잼이 떠오르고, 그렇게 얼그레이 밀크잼까지 만들고 나면, 스콘을 굽지 않을 수가 없다. 밤고구마 10개쯤은 먹은 것 같은 뻑뻑함. 한껏 부은 편도를 간지럽히며 타고 내려가는 밀가루 날것의 그 뻑뻑함은 깊은 고소함을 내는 버터의 향을 입어 덜 서운하다. 갓 구운 스콘에 클로티드 크림의 부드러움과 새콤달콤한 과일잼의 조합으로 또 다른 생명을 얻는다. 거기에 향긋하면서도 쌉싸름한 티를 한 모금 마시자면, 그것이야말로 우중충한 오후 따스한 햇살 한 스푼을 대신할 무엇이다. 


tea를 가루 내어 더해도 좋고, 건과일이나 견과류를 더해도 좋다. 쵸컬릿이나 치즈를 더해도 좋고, 채소를 다져 넣어도 새롭다. 나만의 놀이터에서 진정한 나의 모습으로 최선의 자유로움을 끌어내어 햇살 가득한 오후를 만들자. 모든 건 내 손에 달렸다.


<기묘한 스콘_가장 쉬운 방법>


재료: 유기농 우리밀 300g, 유기농 비정제 사탕수수 원당 45g, 소금 한 꼬집, 베이킹파우더 2ts, 버터 60g, 우유 100g, 달걀 1개, 바닐라 엑스트랙 1ts (혹은 바닐라빈), 푸드 프로세서


+ 얼그레이 스콘을 원한다면 얼그레이 티백을 2개 넣고, 원당을 10g 더한다. (루즈티라면 블렌더로 곱게 갈아서 쓴다.)

+ 건과일이나 견과류, 쵸컬릿 등을 더한다면 잘게 다져 더한다.

+ 치즈는 곱게 갈아 더한다.

+ 채소를 더한다면 충분히 볶아 수분을 날리고 한 김 식힌 뒤 더한다.


1. 버터는 큐브로 잘라 냉장고에서 차갑게 유지한다.

2. 푸드 프로세서에 밀가루, 원당, 소금, 베이킹파우더를 넣고 섞는다.

3. 2에 1을 넣고 가볍게 섞는다. (푸드 프로세서를 절대 오래 돌리지 않는다.)

4. 우유와 달걀을 섞어 1~20g을 남기고 3에 넣고 바닐라 엑스트랙을 더해 섞는다. (역시 오래 돌리지 않는다.)

5. 대강 뭉쳐졌다면 밀가루를 뿌린 작업판에 놓고 한 덩어리로 뭉친다. (온기가 있는 손보다는 스크래퍼의 넓은 면을 이용해 빠르게 뭉친다.)

6. 비닐에 반죽을 넣어 냉장고에서 반나절 휴지시킨다. (최소 1시간)

7. 반죽을 꺼내 스크래퍼로 반을 잘라 겹치고, 다시 한 덩어리로 뭉친다. * 세 번 반복

8. 오븐을 230도에서 예열한다.

9. 냉장고에서 반죽을 꺼내 밀대로 2~3cm 정도 높이로 민다.

10. 쿠키틀이나 컵으로 모양을 내거나 칼로 반죽을 자른다.

11. 남겨둔 우유+달걀물을 반죽 겉면, 옆면에 얇게 바른다.

12. 200도에서 15분 굽는다. (개인 오븐 사양에 따라 온도와 시간은 차이가 있다.)


+ 클로티드 크림, 기묘한 잼과 얼그레이 밀크잼을 곁들인다.

기묘한 와인 페어링: 직관적인 밀가루 냄새와 그 뻑뻑함, 버터와 우유 그 유제품이 주는 부드럽고 고소한 향의 기묘한 스콘을 한 입 베어 물자면 벌컥벌컥 마시고도 싶고, 은은하게 즐기기도 좋은 블랑 드 블랑 샴페인이 간절하다. 샴페인, 그중에서도 블랑 드 블랑은 갓 구운 빵 냄새와 싱그러운 시트러스 과일들 간질간질 예쁘게 올라오는 기포가 더해져 유난히 기본 빵들과 잘 어울린다. 밀가루와 소금, 물로만 만들어지는 발효빵은 그 무엇이라도 좋고, 버터와 밀가루 아주 기본적인 재료만으로 구워지는 스콘이라면 햇살 좋은 어느 오후에 녹진하게 졸여낸 홈메이드 잼을 갓 구운 스콘에 듬뿍 발라 페어링을 한다면 더욱 근사하다. 샴페인은 늘 옳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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