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멍게 파스타
산이 좋아, 바다가 좋아?
평생 내 대답은 산이었다. 나무와 흙과 하늘을 볼 때 마음의 평화가 찾아오는 나는, 평생 산 근처에서 살았다. 사계절의 변화를 매일 보는 나무들의 컬러의 변화로 느끼고, 해와 달의 변화에 민감하며, 내 몸은 그렇게 적응되어왔다.
바다를 싫어했던 건 아니었다. 난 남해도 좋아하고, 진도도 좋아하고, 서해도, 제주도 좋아한다. 외국을 가도 바다는 꼭 한 번씩 가곤 했으니까. 내가 못 먹던 이상한 바다 생명체들, 예를 들자면 굴, 멍게, 해삼, 개불... , 은 모두 여행을 통해 극복하였다. 서울에서 먹던 해산물의 맛과 향은 원산지에서의 그것과 아주 많은 차이가 났다. 자칫 비릿할 수도 있지만, 신선한 해산물들은 바다의 향을 가득 품은 보석과도 같았다.
더군다나 외국여행에서 초장이나 간장에서 벗어나 그저 레몬 하나로 그 풍미를 극대화한다던가 하는 다른 식문화의 경험은 몹시도 신선했다. 게다가 와인을 본격적으로 마시기 시작한 뒤로는... 세상이 달라졌다.
바다가 보고 싶은 때가 있다. 아마도 햇살 가득한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하루 종일 뒹굴거리면서 책을 읽고 태닝을 하던 그때가 그리울 수도, 파도가 몰아치는 바다를 눈앞에 두고 마시던 그 샴페인 한 잔이 그리울 수도, 뒤뚱뒤뚱 전국 바닷가를 함께 여행하던 므슈가 그리울 수도 있다. 그렇게 그리울 때, 바다향이 가득한 요리를 한다. 영혼을 치유하는 요리라는 게 그렇게 특별하진 않다. 내가 지금 무엇이 필요한 지 알면, 그게 약이니까.
<기묘한 멍게 파스타>
재료: 손질된 멍게, 파스타면, 마늘, 토마토, 베이비 샐러리, 소금, 후추,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 레몬
- '이오찌노'라는 파스타면을 선물받은 적이 있다. 만떼까레에 늘 실패한다면 꼭 이오찌노면을 써보길 권한다. 특별한 기술 없이도 면 자체에서 대단한 풍미를 줄 것이다.
1. 파스타면을 삶는다. (권장하는 시간보다 1분 정도 덜 삶는다.)
2. 마늘은 슬라이스한다.
3. 토마토는 먹기 좋은 사이즈로 썬다.
4. 베이비 샐러리는 줄기는 챱하고, 잎은 적당한 사이즈로 뜯는다.
5. 팬에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마늘을 넣어 투명해지기 직전까지 볶는다.
6. 파스타면을 넣어 오일을 코팅하듯이 볶는다. + 면수 반 컵을 더한다.
7. 멍게와 베이비 샐러리의 줄기를 넣어 볶는다.
8. 토마토를 넣어 볶는다. 아주 익히는 게 아니라 온기만 줄 정도로.
9. 소금, 후추로 간을 한다.
10. 접시에 플레이팅 하고 베이비 샐러리 잎을 얹는다.
11. 퀄리티 좋은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 두르고 먹기 직전에 레몬즙을 더해 서브한다.
- 모든 요리가 그렇겠지만, 재료가 간단할수록 각 재료의 신선함과 퀄리티는 아주 중요하다. 좋은 재료를 쓰자.
기묘한 와인 페어링: 싱싱한 멍게를 먹으면 바로 입안 한가득 퍼지는 바다향은 호불호가 아주 갈리기는 하지만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제철을 기다리게 마련이다. 그 싱싱한 멍게를 회로 먹고 남은 재료로 기묘한 멍게 파스타를 만들면 또 다른 향과 식감의 멍게를 즐길 수 있다. 바다향의 멍게, 감칠맛 만점 토마토, 너무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은 향과 아삭아삭 끝까지 살아있는 식감의 베이비 샐러리, 그리고 알싸한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과 상큼한 레몬의 조합은 딸기, 복숭아, 멜론, 자몽 등의 예쁜 과일들의 뉘앙스가 너무나 싱그러운 그르나슈 베이스의 로제 와인이라면 몹시 훌륭한 마리아쥬를 보일 것이다. 컬러감도 향도 아름다운 로제, 과연 멍게가 제철인 봄의 와인이 틀림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