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김치찌개 & 김치찜
"니 김치찌개 먹고 싶어."
사실 레시피 정리를 하면서 가장 많이 받은 요청이 나의 김치찌개/김치찜/김치볶음 등의 김치요리이다. 세상 어떤 귀한 요리를 해도 결국 우리는 한국인이고, 한국인이 아니더라도 김치의 맛을 알아버리면 이 마력의 맛에 대한 기억을 잊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어릴 적부터 김치를 못 먹거나 반찬 투정이 심한 친구들이 우리 집에 오면 그렇게 뭐든 먹었다. 엄마의 김치가 맵지 않거나 젓갈을 덜 쓰는 것도 아닌데... 아직까지도 미스테리이긴 하다. 하여간 그 DNA가 진짜 존재를 하는지, 내가 하는 요리도 어느새 그런 이미지가 생겼다. 처음 먹어 본 음식, 처음 보는 식재료, 가리는 음식, 그게 뭐가 됐든 참 다들 잘 먹는다. 김치 관련 요리는 좀 다르다. 애초에 호감인 음식, 모두가 먹을 준비가 완벽하게 되어 있는 음식. 그런 음식이 사실 재미는 없지만, 가끔은 누군가를 위해 진짜 맛있게 만들어 먹이고 싶을 때가 있다.
친구들이 임신을 했을 때 제일 많이 찾았던 음식이 내 김치요리였다. 아니, 각자 엄마 거 먹으면 되잖아... 왜 내 김치요리가 니들 소울푸드니... 하여간 임신까지 한 친구들이 먹고 싶다는데 모른척할 수는 없었다. 그들의 주문대로 돼지고기를 넣어 진한 김치찌개를 끓이거나, 등갈비를 넣어 깊은 맛의 김치찜을 만들거나, 참치나 북어를 넣고 가볍게 만들기도 하고... 그렇게 아이를 낳고 키우고도 가끔 친구들은 "니 김치찌개 먹고 싶어."라고 한다.
남자친구들도 다르진 않다. 누굴 만나도,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나이를 불문하고, 김치찌개는 그들의 원픽이다. 한국 남자들이 유난히 김치찌개에 집착(?) 한다지만, 그 맛을 경험하고 제대로 알아버린 사람이라면 국적과는 관계없는 일인 듯하다.
김치가 맛이 김치 요리의 핵심인 건 틀림없는 사실이겠지만, 시판 김치를 써도 대단하게 다르지 않은 맛이 나온다. 그 김치의 익음의 정도나 짠 기의 정도에 따라 팁이 다를 뿐이다. 그래서 이 레시피는 그 킥을 잘 봐야 한다. 김치 러버 여러분의 삶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 정말이다. :)
<기묘한 김치찌개/김치찜>
: 김치찌개를 끓이는 수많은 방법 중에 가장 일반적인 돼지고기 김치찌개를 소개한다. 찌개와 찜은 육수 양과 졸여내는 시간의 차이 정도로 보면 된다.
기본 재료: 잘 익은 김치, 돼지고기 (삼겹살, 목살, 다리살 원하는 대로), 기묘한 육수 (기묘한레시피 ep. 030), 김치 국물 + 젓갈
부재료: 잘 익은 파김치, 무김치, 갓김치 등등, 버섯, 양파, 대파, 청양고추, 두부 등등
TIP 1: 덜 익은 김치밖에 없다면 그릭요거트를 만들고 얻은 유청을 쓴다. 놀라운 일이 펼쳐질 것이다.
TIP 2: 김치가 너무 짜다면 쌀뜨물을 쓴다.
TIP 3: 김치가 너무 싱겁다면 젓갈로 간을 한다. 새우젓, 멸치젓, 갈치속젓, 액젓 등 관계없다.
TIP 4: 김치 꽁다리는 쫑쫑 썰어서 함께 넣는다. 김치는 정말이지 버릴 게 하나도 없다.
1. 기묘한 육수를 낸다.
2. 고기는 핏물을 빼고 김치와 함께 팟에 넣는다.
3. 2에 1의 육수를 자작하게 넣고 김치 국물을 조금 더한다.
4. 다 끓은 후 젓갈로 간을 맞춘다.
- 육수가 많이 줄었다면 중간중간 따뜻한 육수를 더하면서 끓인다.
TIP 5: 고기와 김치를 볶아서 끓이면 짧은 시간 안에 깊은 맛을 낼 수 있다.
TIP 6: 심각하게 익은 김치라면 흐르는 물에 김칫소를 씻어내고 고춧가루 2 Ts, 다진 마늘 1 Ts, 다진 생강 1/2 ts을 넣고 끓인다. 역시 젓갈로 간을 한다.
TIP 7: 돼지고기 대신 참치캔을 쓰거나 북어를 손질해 레시피 순서대로 끓이면 가볍게 깊고 시원한 김치찌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