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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오킴 Jun 15. 2021

ㅎㅎ 그냥...^^



참 고요한 아침이다. 밖에는 비가 오나보다. 빗소리가 간간이 들리는 것도 같다. 창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과연 흐린 날이다. 앉아서 올려다본 하늘은 잿빛이다. 내가 평소 좋아하는 단어 중 하나, 잿빛... 난 이 단어가 왠지 좋다. 이유는 모른다. 좋아하는데 무슨 이유가 필요할까. 그냥 좋은 거지. 


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는 쇼팽의 피아노곡... 차분한 이 아침에 정말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맥북을 앞에 두고 멍하니 앉아 있다가 나도 모르게 한글 파일을 연다. 그리고 무심하게 키보드를 두드린다. 그냥 이 분위기에 취했나 보다.


이런 시간엔 꼭 이래야 할 것 같았나 보다. 의식의 흐름대로 그냥 말도 안 되는 글들이 하얀 화면에 그 존재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그 ‘골똘함의 시간’이라는 장치 없이 도움 없이 그냥 써 내려가는 이 느낌도 나름 괜찮다. 맨날 깊은 생각 끝에 뭔가를 시작해야만 한다면 얼마나 피곤할까. 때로는 이렇게 그냥 흘러가는 대로 나를 맡기는 것도 현명한 방법일 수 있겠다.


지금 이 순간 내 머릿속을 스치는 짧은 문장 하나. 스티븐 호킹이 했던 말이다.


 “조용한 사람의 내면이 가장 소란스럽다.” 

이 한 문장이 내 눈에 담기던 순간도 함께 떠오른다. 이 문장에 격하게 공감했던 기억. 내 속은 사실 늘 부산스럽고 바쁘다. 대책 없이 침잠하고 있는 것처럼만 보이는 내 속의 진짜 모습이다. 참 아이러니라 생각했었다. 그 답을 얻은 느낌이었을까? 이제는 내면만이 아닌 내 삶 전체가 조금은 소란스러웠으면 좋겠고, 조금만 더 분주해졌으면 좋겠고, 활기도 조금 얹어졌으면 좋겠다. 


그렇게 될 것 같다. 이렇게 필터 없이 써 내려가는 이 글을 그냥 계속하고 있는 나 자신이 바로 그 증거다. 


그냥 하는 거... 일단 해보는 것... 지금 내게 필요한 건, 이리저리 생각만 하지 말고 뭐라도 진짜 하는 것이니까. 그게 필요하니까. 지우지도 말고 다시 고쳐 쓰지도 말고 그냥 있는 그대로 한 번 놔둬보기도 하고 그러면서 어색함도 부끄러움도 견뎌보기도 하고... 그러면 되지 않을까. 너무 잘하려고 하지도 말고 그냥 ‘하고 싶다’에만 방점을 찍고 시작해보는 것, 그런 용기가 나에게도 오기를... 

아니 이미 온 건가? ㅋㅋ 그런 건지도... 용기 한 번 내보자.

오늘의 남은 시간도 좋은 날 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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