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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오킴 Jul 05. 2021

머문 듯 가는 것이 세월인 것을……


새로운 주의 시작인 월요일 아침부터 비를 기다린다. 어제까지도 오락가락했을 비를 제대로 감상할 새도 없이 하루를 보내고 난 후에 밀려드는 아쉬움일 게다. 월요일이 되어도 현관문을 나서지 않는 게 일상이 된 요즘, 오늘도 나의 하루는 이렇게 조용히 흘러갈 것이다. 


누가 집콕족 아니랄까 봐 천만년 만에 외출한 날, 계단에서 굴러서 발목을 다친 이후는 더더욱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 보니 바깥세상이 어떻든 나에겐 오롯이 내 세계만이 존재할 뿐이다. 이 세계가 좋으니 어쩌나..ㅋ 지겨워질 때도 되었건만... 그래야 밖으로 나가고 싶을 텐데.. 난 이렇게 단조로운 삶이 좋으니 큰일이다.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강의가 본격화되었을 때 느꼈던 스트레스가 무색하게도 어떤 면에선 온라인 실시간 강의가 더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사람은 어떻게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게 되어 있다는 게 빈말이 아닌 게다. 그런데 이제 또 그 온라인 수업 시대도 끝을 향해 가고 있는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시작된 언택트로 향하는 삶의 방향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물결 속에서 필연적 흐름이다. 트리거 역할을 한 코로나19로 인해 가속도가 조금 심하게 붙었을 뿐이다. 


세상은 숨 가쁘게 변하고 있고 사람들은 기존 삶의 방식을 고집하며 자신만의 세계 속에 갇히기보다는 새로운 것을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나와 같은 아줌마들의 배우고자 하는 고군분투는 감동적이다 못해 눈물겹기까지 하다. 더 이상 젊은 세대와 같을 수 없음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슬기롭게 현재를 살아내고 있는 친구들이 참 대견하고 존경스럽다. 그들을 보고 있노라면 어서 쫓아가야 할 텐데 이렇게 미적대고 있는 나 자신이 한없이 원망스럽다. ㅋ 


유월이 되면 원숙한 여인같이 녹음이 우거지고 태양은 정열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라 했던 피천득 시인의 시가 떠오른다. 그 원숙함에서 뿜어져 나오는 정열은 어쩌면 이 7월에 더 강력해지리라. 기대가 되는 7월의 하루, 오늘 나도 한 번 그 행렬의 귀퉁이라도 발을 살짝 담가 볼까나.. 발목이 성치 못하니 우선 이 마음으로라도 동참해야겠다.

사랑과 미움이 한 몸이듯, 풍경에도 두 마음이 있다는 말. 사람의 모습과 마찬가지로 풍경도 겉과 속 그림이 있다는 의미일 게다. 그 겉은 누구에게나 열려있지만, 속은 조용히 다가가는 이에게만 열어준다는 것. 그 속마음은 어쩌면 주저하지 말고 새로운 세상으로 어서 오라 두 팔 벌려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날로 짙어지던 초록의 6월도 가고, 더 뜨거운 7월의 중반으로 달려가는 지금 나는 풍경의 속마음을 얼마나 읽어내고 있을까.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그 풍경과 더불어 자기만이 홀로 느끼고 감동할 수 있는 그 풍경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졌다면, 그대는 진정 행복한 사람 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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