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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오킴 Aug 15. 2020

불안.


매일 글 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니 더 게으름을 피우고 있다. 뭔가 타이틀이 주어지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오히려 그 반대다. 예전보다 글 쓰는 시간이 확실히 줄었다.


작가를 꿈꿔본 적은 없었다. 그저 썼을 뿐이다. 마음이 허전할 때 부치지 못하는 편지일망정 누군가에게 편지를 썼고, 후회가 밀려오는 밤이면 반성하는 의미로 일기를 썼다. 그리고 더 많은 날들을 혼자만의 자기 고백적 글을 끄적였다. 앞으로도 달라질 게 없지 싶다.


두 달 전 메일함에 도착한 축하 메일과 더불어 글을 발행할 수 있는 ‘브런치’라는 멋진 플랫폼을 갖게 되었다. 그에 걸맞은 멋진 글이 매일 나왔으면 좋겠는데 불행하게도 그러지 못하고 있다. 


난 꼭 뭔가를 잃어버린 것만 같다. 그렇다. 나는 다시금 깊은 상실감에 빠진 거다. ‘그게 다 브런치 너 때문이야’라고 심통 부리는 나 자신이 보일 때가 있다. 이 말도 안 되는 반항심리는 뭘까. 


소중했던 것이 내 곁에서 사라져 버린 것 같이 마음 한 켠이 아릿하다. 그러면서 자주 많이 슬프다. 



요즘 내 머릿속을 가득 메우고 있는 생각은 ‘사람을 잘 모르겠다’이다. 누군가 그러더라. 철학서를 많이 읽으면 ‘우리 인간이 참 별로’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면서 마음이 편해진다고. 타인에게 더 이상 기대하지 않게 되니 삶이 조금은 쉬워진다는 얘기다. 


내 삶이 혹시라도 조금 편해질까 싶어 미친 듯이 읽는다. 그런데 나는 읽으면 읽을수록 사람에 대한 실망은커녕 연민만 짙어진다. 자기 안에 지옥 하나씩을 갖고 사는 비극적 존재인 인간을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될 것만 같아서다.


누군가를 이해 못하는 이유를 타인에게서 찾는 게 의미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저 그냥 있는 존재로서의 인간이 더 나은 가능성(자유)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타자가 내 삶으로 들어오게 된다. 


인간이 자유를 갈망하면 할수록 타자의 시선에 갇히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불안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시선은 결코 타자가 만드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이 만든다는 것. 내 속에 지옥이 있다는 거다. 


누굴 탓하랴. 내가 범인인 것을.


내 안에 깃든 불안을 평생 안고 가야 하는 ‘나’라는 존재가 편안해질 방법은 거의 없다. 그저 이렇게 부족하고 가엾은 나를 조금 더 토닥이며 사랑하는 수밖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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