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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오킴 Aug 19. 2020

죽는다는 것.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원룸 3층에서 혼자 세 들어 살던 40대 남자가 죽은 지 한참 만에 발견된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사람이 죽어 오래도록 방치되면 어떤 모습인지 너무도 리얼한 그 묘사에 나는 헛구역질을 하고 비명을 질렀다.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그 광경이 참혹하고 허무해서 말을 잇지 못하고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으로 그의 말에 귀 기울였었던 기억.


그때 내게 ‘죽는다는 것’이 새삼 너무도 쓸쓸하고 서글프게 다가왔다. 죽는 그 순간까지 온 가족의 따뜻한 배웅을 받으며 떠나갈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행복한가? 그런 호사는 꿈도 못 꾸는 저 40대 남자처럼 외롭게 생을 마감해야 하는 사람들의 존엄성 또한 지켜져야 하지 않을까.

죽는 것도 서러운데 그 마지막 뒤안길이 저렇게 눈물겹고 고독해서야 되겠는가? 그것도 모자라 고인이 숨기고 싶었던 기억들이 타인에 의해 무방비상태로 까발려진다면...



나랑 비슷한 생각을 누군가도 하고 있었나 보다. 며칠 전 우연히 길을 걷다 들른 헌책방에서 이리저리 둘러보다 책 한 권을 집어 들고 그 자리에 서서 읽기 시작했다. 정말 놀랍게도 내가 방금 주절거렸던 단상들이 실제로 몇 년 전에 한 권의 소설로 이 세상에 왔던 것이다. 


‘데스 케어 주식회사’


“나와 내 이웃에게 닥칠지 모를 ‘고독사’를 농담했다”는 작가의 말을 읽는 순간 내 가슴이 뛰었다. 어서 그 자리에 주저앉아 읽고 싶은 충동을 애써 다독이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 문득 장 그르니에의 ‘섬’이라는 책 서문을 썼던 알베르 까뮈의 심정이 그대로 내 마음이 되는 순간이었다.


“길거리에서 이 조그만 책을 열어본 후 겨우 그 처음 몇 줄을 읽다 말고는 다시 접어 가슴에 꼭 껴안은 채 마침내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정신없이 읽기 위해 내 방에까지 한걸음에 달려가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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