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엔 이렇게 끝날걸.
내가 지금 서로에게, 아니 나에게 더 나은 결정을 하고 있는 거겠지.
3년 반이라는 시간을 되돌아본다.
허하고 마음이 왔다 갔다 한다.
이렇게 끝내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다가,
계속해서 반복되는 헤어짐인데도 마음이 아픈 이 느낌이 견디기가 쉽지 않다.
그 사람한테도 많이 힘든 일이겠지. 싶어 마음이 더 심란하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
다 나 때문인 건가.
계속해서 싸운다는 것은 서로에게 고통이고,
나도 그 사람의 행동과 말투에서 지속적으로 부정적인 감정을 느낀다는 것이니까,
서로를 위해서 그만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결론에 계속해서 다다른다.
정 때문이겠지.
오랜 시간 함께해 왔던 좋은 사람이니까.
울컥하는 것도 마음을 줬기 때문이다.
아프다.
많이 좋아하고 많이 즐거워하고 많이 행복해했으니까.
그게 없어진다고 생각하니 슬퍼서 눈물이 고인다.
허무하다.
그 많은 감정들이 알코올처럼 내 마음의 표면에서 사라지는 게.
온몸이 반응하고 있다.
마음의 아픔에.
회사 일이 손에 잘 잡히지 않는다.
나중에 시간이 좀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우리의 관계는 시작도, 끝도. 참 우리 같다. 심장이 뛴다.
내 귀에 쿵쿵하고 들릴 만큼 크게.
바쁘게 다른 일을 하자, 마음이 허해지지 않도록.
남한테서 맡는 담배냄새는 무척이나 불쾌하다.
나도 저렇게 남들이 불쾌하게 느끼는 행동을 하지 말아야지.
무서운 건 모른다는 것에 있다.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기에 내가 잘못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는 것은
타인의 잘못에 비해 훨씬 알아차리기가 어렵다.
멍하게 있게 된다.
그런 나 자신을 종종 발견한다.
따뜻한 커피가 나를 위로해 주는 듯하다.
글쓰기와 명상, 그리고 점심시간을 낮잠으로 대신하니 업무시간 자체는 그리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어제 다른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다들 나와 비슷한 고민과 걱정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 묘한 동질감과 안도감이 들었었다.
그러면서도 내 생활에서 인간관계 개선을 위해 행동하고 노력할 에너지가 없다.
그냥 다 귀찮고 피곤하다. 힘이 든다.
오늘은 퇴근하고 도서관이나 서점에 갈 생각이다.
혼자 조용히 그냥 이런저런 책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딱히 다르게 할 것도 없고,
책을 보면 그 책에 집중하기 때문에 가만히 앉아있거나 폰을 드려다 보고 있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것 같다.
내일이 주말이라서 다행이다.
아닌가. 회사에서 그냥 이렇게 앉아있는 게 더 나을까.
이 조직에서 나가고 싶다. 5년 동안 내 나름 노력하고 있는데, 왜 되지 않을까.
내가 부족해서일까.
내가 제대로 하지 않아서겠지.
나를 타박하는 것도 너무 힘이 든다.
나는 왜 내 주위에 소중한 남들한테도,
가장 소중한 나한테도 따뜻하게 대하지 못하는 걸까.
무엇이 문제일까.
내 자체가 문제인 걸까.
이런 생각을 할수록 하고 있는 나한테 짜증이 나고 우울해진다.
괜히 자기 연민의 감정에 빠져서 또 허우적대게 된다.
그래서 몸과 마음이 지친다.
이런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나는 내 중심 없이 날아다니는 나뭇잎처럼 내동댕이쳐진다.
그래서 힘이 든다.
아예 힘을 빼고 그냥 감정의 소용돌이에 몸을 맡기는, 아니 그건 말도 안 된다.
그럼 내가 감정에 의해서(지금도 거의 그렇지만) 완전히 행동하게 될 테니까.
듣고 있는 잔잔한 오르간소리가 슬프다.
지금 내가 슬프기 때문에 더 슬프게 들리는 거겠지.
인생은 원래 어렵고 힘든 것이니,
내가 강해져야 한다는 문구를 어디서 본 적이 있는데 왜 난 나 자신이 한없이 작고 약하게만 느껴지는 것일까. 나를 위한 시간이 없었다. 없었나.
아니면 내가 주체적으로 생각하지 못하고 그 많은 과거가 되어 버린 시간들을 흘려보낸 것일까.
어느 쪽이든 또 내가 싫어진다.
뭘 한 건가 싶다.
(6년 뒤에 읽는 나도 가슴이 답답해지는데, 그때 나는 얼마나 힘들었을지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